남성 서사의 ‘그림자’로 묻힌 여성

2025-08-12

조지 오웰 뒤에서

애나 펀더 지음·서제인 옮김·생각의힘·2만4000원

<위건부두로 가는 길> 같은 생생한 르포부터 에세이,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1984>까지 건조하면서도 과감하게 본질을 꿰뚫는 문체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에게는 ‘유력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보조자’, ‘섬세한 비서’가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첫째 아내 아일린이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사교적이지 못한 남편을 대신해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스페인 내전 당시 POUM(통합 마르크스주의 노동자당)의 핵심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또 <동물농장>을 우화로 써보자고 제안하고, 대신 타자를 하고 교열을 보고, 남편이 ‘사소한 문제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도록 보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일린이 쓴 서간문을 바탕으로 픽션적 상상력을 더해 지워진 존재의 모습을 조심스레 떠올린다. 오웰과 아일린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자 본인의 좌표와도 연결된다. 저자는 실은 자신은 조지 오웰이 부러웠노라고 말한다. “가장 부러운 건 창작환경이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을 ‘캔슬’(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부도덕한 행동을 공론화해 커리어를 무너뜨리려는 문화적 현상)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다만 묻는다. 어떤 방식으로 여성은 결혼 안에서 자신의 삶을 철저히 지우고, 또 역사에 의해 원활히 지워지는가.

변화하는 행성 지구를 위한 문학

마틴 푸크너 지음·김지혜 옮김·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지난해 최초로 기온 상승 폭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폭염, 폭우 등의 이상 기후 현상이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과학적 증거, 숫자를 가져와도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교영문학자인 마틴 푸크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환경적 읽기(생태비평)’를 제안한다. 기존의 고전, 문학 작품을 자연과 인류 문명, 세계화 등의 관계성 안에서 읽어내자는 것이다. 서사를 통한 생태적 감수성의 확장은 전 지구적 환경 대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지 모른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지음·이나래 옮김·현암사·1만8000원

저명한 철학자들 가운데는 ‘진짜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기자(한나 아렌트)부터 교통 사업가(파스칼), 우체국 직원(바슐라르), 심지어 은행강도(베르나르 스티글레르)까지. 직업이라는 낯선 렌즈로 철학자들이 당대와 삶에 어떻게 연관됐는지 살펴본다.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가브리엘 쉬숑 지음·성귀수 옮김·아를·1만4000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17세기, 여성의 성격을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러운 것으로 칭하며 열등한 것으로 치부해온 역사에 조목조목 반대한 프랑스 작가 쉬숑의 소책자. 그의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는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지닌다.

녹색 자본론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구혜원 옮김·북드라망·1만8500원

일본의 종교·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자본론>을 바라보며 오늘날의 세계화, 문명을 성찰한 책. 2001년 9·11 사건을 바라보며 느낀 충격이 집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근대적 관점 너머 생명 간의 관계 맺기를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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