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img.sedaily.com/2025/02/10/2GOX05AQRE_2.jpg)
지하철 4호선 서울역 1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서울역점. 10일 방문한 지점에서는 직원 2명이 영업점이 두 달 뒤 문을 닫고 남대문종합금융센터점으로 이전한다는 현수막을 붙이고 있었다. 점포 안에 들어서자 6개의 창구 가운데 2곳에 직원이 없다는 ‘부재 중’ 표시가 떠 있었다. 지점 폐쇄를 앞두고 인원 감축이 시작된 영향이다.
하지만 곧 문을 닫는다는 안내가 무색하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손님이 은행을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점포를 찾은 고객들을 세본 결과 약 20명이 내방했고 꾸준히 4~5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지점에서 만난 한 80대 남성은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아서 한 달에 서너 번은 은행에 와 업무를 보는데 이전한다고 하니 골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창구에서 다음 달 10일부로 통폐합 안내를 받았다는 또 다른 80대 고객은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국민은행은 1등 은행으로 꼽히는데 규모를 줄이더라도 유지를 해주거나 적자가 나도 고객 편의를 먼저 생각해주면 안 되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객은 “통폐합 후 규모가 큰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는데 대기시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역점에서 새로 이전하는 남대문종합금융센터점까지의 거리는 925m로,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따지면 약 17분이 걸린다. 주요 고객층이 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https://newsimg.sedaily.com/2025/02/10/2GOX05AQRE_3.jpg)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제신문이 KB국민은행의 다음 달 통폐합 점포 27곳을 조사한 결과 8곳이 도보 거리로 1㎞ 이상 되는 지점으로 합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안락동점과 경기 행신동점의 경우 통합되는 곳과의 거리가 1.4㎞로 걸어서 22~23분이 걸린다. 수원 매탄동점(수원시청역점과 통합)과 대전 둔산크로바점(둔산갤러리아점과 통합)도 도보로 20분가량 걸리는 곳으로 영업점을 옮긴다. 기존 고객들은 새 지점을 방문하기 위해 왕복 40분 거리를 오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한 인천 부흥오거리점(도보 19분, 1.1㎞)과 용인 신갈점(도보 19분, 1.1㎞), 부산 좌동점(도보 19분, 1.1㎞), 서울 답십리점(도보 17분, 1.1㎞) 등도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곳으로 위치가 조정된다.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면서 도보 생활권(1㎞) 내 통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측도 전날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경 1㎞ 이내 거리의 영업점들과 통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도보 거리로는 이보다 먼 곳이 적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점포 통폐합이 지역 대중교통 상황과 이용자 연령 등 세부적인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아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은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해 소비자가 최소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서울·부산·대전은 1㎞를 넘지 않았지만 강원·전남·경북은 최대 2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지방이 아닌 서울 강남을 비롯해 주요 도심의 점포가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향후에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 역시 점차 접근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지점을 통합해 비용 효율화를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점포가 없는 인터넷뱅킹과의 경쟁, 대면 이용자 감소 등 요인으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16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만큼 영업점 통폐합과 조정을 보다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거래 중에서 온라인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3.9% 정도지만 여전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직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의 지점이 포화 상태이고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금융거래 소외층에 대한 배려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