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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해 납치·고문을 자행하며 보이스피싱, 온라인 스캠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불법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거점이 캄보디아 접경지 태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캄보디아를 주된 거점으로 삼았던 범죄 조직이 단속을 피해 인근 국경 지대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한국인 피해자와 범죄 연루자가 계속 발생하는 양상이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상하이, 웨이하이 등 중국 교민 대상 구인구직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지난 주말에도 '태국 방콕 본사 TM(텔레마케팅) 직원 채용'이라는 글이 다수 검색됐다. 해당 구인 글은 "각종 빚,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저희와 함께 새출발 하자"며 "신입은 최소 300만원부터 경력자는 최대 2000만원도 벌어간다, 비행기 티켓부터 숙소와 생활비, 끼니마다 식사 제공"이라는 온갖 달콤한 말로 치장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의식한 듯 "제일 중요한 신변안전 및 보안 책임진다"면서 "일단 와서 보고 아닌 것 같으면 그냥 가시면 된다, 실패 많이 해봤지 않느냐, 뭐가 무섭느냐"고 유혹의 손길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고는 "간절하고 인생을 만회하고자 하는 확고한 마음가짐으로 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검색 사이트에서 같은 조건의 내용을 검색해 보니 중국뿐 아니라 태국, 일본 교민 커뮤니티 및 미국 시카고와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 교민 커뮤니티 등에서 비슷한 내용의 글이 아주 쉽게 검색됐다. 일부 게시된 지 시간이 지난 글들은 검색은 되지만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7일 "동남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구인광고를 즉각 삭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 경찰청 등 담당 기관들은 불법 광고 노출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포털 사업자 등에 전달해 불법 광고 삭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해외 교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법 고수익 알바' 구인 글이 계속 업로드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에 한국을 떠나 '워킹 홀리데이' 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늘어난 가운데, 한국 경찰의 수사역량이 닿기 힘든 해외 청년들을 노린 것이어서 추가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태국에서도 캄보디아 사건과 유사한 납치 및 인신매매 사건이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벨라루스 출신 20대 여성 모델 베라 크라브초바는 "모델 구한다"는 구인 글을 보고 태국 방콕에 갔다가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납치돼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이후 미얀마 국경지대로 끌려가 폭행과 협박을 당하며 로맨스 스캠 범죄에 강제 동원됐다. 그는 결국 조직에 의해 '장기 적출'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됐다.
지난 5월에도 '태국 무역회사 통역 일'을 하기 위해 태국으로 떠났던 20대 한국인 남성이 미얀마로 끌려가 감금과 폭행을 당하다가 한국 대사관과 현지 당국 공조로 구출되기도 했다. 그가 납치됐던 미야와디 지역은 중국계 온라인 범죄 조직 근거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그는 보름간 그곳에 갇혀 온라인 금융 사기에 동원됐고 실적이 부진하자 폭행당했다고 당국에 진술했다.

태국 정부에서도 보이스피싱 등 사기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식으로 사기 조직을 근절하는데 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첫 주에만 태국 경찰이 사기 조직과 연계된 인물 37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최근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태국에서는 캄보디아 접경 사께오주, 찬타부리주 및 뜨랏주 등 3개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