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네 친구야?" 故오요안나 괴롭힘 추정 인물과 녹취 공개

2025-01-28

2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사인이 뒤늦게 공개된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나눈 메시지와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 5분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원고지 17장, 총 2750자의 유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고인이 특정 동료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정황은 고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카카오톡 메시지와 음성 녹취 파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선배로 추정되는 한 인물은 "야 이쯤 되면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 안나야. OO한테는 주 초에 얘기했다며? 선배들 일하는 시간이고 나 심지어 메이크업도 안 받고 와서 준비하는 시간인데 생각을 못 했어? 너 진짜 여기 혼자 일해? 너 진짜 선배한테 개념 없는 게 진짜 미안하긴 한 거야?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고 계속 그러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너"라고 다그쳤다.

그는 "야 진짜 니가 대선배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지", "후배님이 촬영하셔서 메이크업 안 한 선배가 나가야 하냐? 앞에 OO이도 방송하러 왔는데. 말 한마디라도 했어?"라며 못마땅해했다.

오 씨는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이런 일 다신 없게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괴롭힘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선배는 "야 너 뭐야, 지금?"이라며 "너 지금 말투가 뭐야? 나랑 지금 뭐 하자는 건데?"라고 물었다.

오 씨가 "네? 네? 제 말투가 왜요?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그는 "야, 내가 너랑 더 얘기하기가 싫어가지고.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간 건데. 너 진짜 해도 진짜. 야. 선을 넘어도 정도껏 넘어야지"라고 따졌다.

퇴근한 오 씨를 회사로 다시 불러들이려는 정황도 담겼다. 오 씨가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 잘"이라고 말하자 선배는 "그러니까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얘기해 주려고 회사를 오라고 하는 거니까"라고 했다.

그는 "선배가 네 친구냐고"라고 물었고, 오 씨가 "아니죠"라고 하자 "너 나랑 지금 전화로 말싸움 할래?"라고 물었다. 오 씨는 "아니요. 오늘은 정말 안 돼요. 선배님 스케줄이 있어서. 약속을 해놓은 게 있어서 제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거듭된 사과에도 선배는 "너 나한테 오늘 사과하려고 남은 거 맞아?", "너 나한테 죄송했어? 미안해?"라며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압박을 가했다.

일기장에는 힘들었던 고인의 심경이 그대로 담겼다. 2022년 10월 20일에 작성한 일기에는 "뉴스투데이를 그만두게 됐다. 서럽고 억울하기만 했던 시간들은 지나 나는 지금 강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늦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깨어날 때 몇시인지를 몰라 절망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 약속이 늦어질 때 식은땀 흘리며 혼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적었다.

오 씨는 "나의 최선이 남에게 최악이었을 때 이것만큼 마음이 망하는 일이 없구나. 허탈하고 허무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최선이었다. 준최선 정도 아니었다. 지금 적어도 억울하진 않은 걸 보니 나 많이 자랐네. 앞으로의 태도를 생각해야 해. 매순간 겸손하고 죄송해야해. 잘해야해. 수고했어. 애썼어. 안나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한편 매일신문에 따르면 고인은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로 채용된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기상캐스터들은 오보를 낸 뒤 고인의 잘못으로 돌리는가 하면 '가르쳐야 한다'며 퇴근한 고인을 회사로 불러들이거나 퇴근을 막았다.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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