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유통 노동자들, 더 이상 희생 강요 안 돼"...국회서 '유통 산업 위기' 토론회 열려

2025-06-17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7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유통 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공유하며 새 정부에 노동자 및 자영업자 중심의 정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통 산업, 유통 노동자가 쓰러진다"는 주제 아래,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 여러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작년 11월 위헌적인 불법 계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새로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로 정확히 2주가 되었다"며, 새 정부 시작에 맞춰 유통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회에서 낼 수 있게 된 것에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 유통 산업 복합 위기 진단...폐점·구조조정 일상화

토론회 발제에 나선 백남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유통업 위기의 복합적인 원인과 현황을 상세히 진단했다.

백 연구원장은 최근 열악한 사업체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통업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온라인 유통의 확장(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 50% 초과) ▲1인 가구 증가 및 전체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대량 구매 문화 감소) ▲지방 소멸 및 수도권 집중 ▲내수 침체 등을 꼽았다.

이러한 위기가 구체적으로 '폐점 및 브랜드 철수로 인한 고용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면세점, 마트 등 특정 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형 유통업체들의 폐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외주 업체 노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고용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매장 전체가 폐점하는 문제 외에도 특정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해당 매장은 유지되더라도 그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는 사례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 "점포 감소보다 빠른 종사자 감소... 노동 강도 증대 심각"

백 연구원장은 폐점으로 인한 고용 위기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노동 강도 증대'를 지적했다. 점포 수 감소에 비해 종사자 수 감소가 더 빠르게 일어나면서, 당연히 한 사람당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주 업체 계약 해지로 인한 업무 전가, 통합 부서 운영으로 인한 담당 업무 확대, 온라인 배송 증가에 따른 '기 노동' 현상(온라인 판매 기여 노동) 등이 노동 강도 증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간접 고용 비중 증가, 기존 노동 보호 체제에 편입되지 못한 온라인 배송 노동자 등 새로운 직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여성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마트 노동자처럼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중요했던 일자리들이 무너지면서 더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형 유통 매장 철수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문제점들도 짚었다. 유통업체 철수 시 인근 상권 쇠퇴, 폐점 부지의 주거 용도 변경으로 인한 세수 감소 및 주민 생활 불편, 대규모 고용 감소 등을 언급했다.

특히 유통업은 소비자 생활과 직결되어 있어, 매장 폐점은 지역 사회의 소비자 후생 감소 및 주민 삶의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유통 재벌과 투기 자본에 농락... 노동자 일방적 희생 강요"

김광창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통 현장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7조 2천억 원이던 홈플러스가 10년 사이에 1조 원짜리 기업이 되었다"며, "MBK 같은 투기 자본이 알짜 자산을 팔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아 대형마트 하나가 거덜이 난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곳곳에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현실을 지적하며,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가장 먼저 노동자를 자르고 보는 이 자본의 폭주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유통업이 국민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국가의 기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들의 외면 속에서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계속 강요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 현장 노동자의 절규..."투쟁으로 시작한 새해, 고용 불안 내몰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통 현장에서 직접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소속이자 백화점 업종 산하 로레알 코리아 지부장인 하인주 수석 부위원장은 "2025년 새해 우리는 투쟁으로 시작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세계 면세점 센텀점 폐점 과정에서 협력업체인 엘코잉크지부의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렸던 절박한 상황을 증언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절망적인 인력 구조조정 현실을 고발했다.

하 부위원장은 이날 이러한 신세계면세점 측에 대해 당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사전 고지도 않았고, 협력업체는 부산에서 20년을 일한 노동자들에게 서울이나 인천 등 먼 지역으로 강제 발령을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신세계 면세점 뿐만 아니라 로레알면세지부 하이코스 조합원들도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 로레알TR이 부산 롯데면세점 서면점에서 일방적으로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고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 "새 정부, 노동자·자영업자 편에서 정책 입안해야"...구체적 제언도

김광창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에 섰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의 편에서 유통 산업이 국가 경제에 짐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책을 입안해야만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유통업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 역시 국가의 기반 산업이며, 지금과 같은 산업 대전환 시기에는 국가 차원의 고용 안전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남주 연구원장은 구체적인 정책 제언으로 고용정책 기본법 시행령에 있는 '고용재난조사단' 구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회가 합동으로 유통 산업의 고용 재난 구조단을 구성하여 실태를 포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유럽의 '소셜 플랜(사회적 계획)'을 언급하며 우리도 기업 구조조정 시 사회적 계획을 수립하고 직원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연구원장은 이어 "정부는 고용 유지 및 개발을 모색하고 고용 안정 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통 산업의 산업 전환 및 기술 발전 과정에서 노사정 개입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에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문제를 담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동 주최를 맡은 진보당 정혜경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역시 유통 산업의 위기와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새 정부가 '사각지대 해소'를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유통 산업의 위기 속에서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국가적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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