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 찧고 서러워 울지만…실명해도 이 병이 좋은 3가지

2025-02-25

3화. 지푸라기 세 가닥

오른쪽 눈이 습식 황반변성에 걸린 지 1년도 채 안 돼 왼쪽 눈에도 같은 질병이 찾아왔다. 결국은 시력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 진행을 늦추려면 안구주사, 즉 눈알에 주사를 놔야 했다. 한쪽 안구에만 주사를 맞는 것과 양쪽 눈에 주사를 맞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주사를 맞은 뒤 세균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두 눈에 안대를 하고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 돌아와 몇 시간씩 누워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 순간의 내 모습은 나의 예정된 미래였다.

‘아, 언젠가부터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문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 어떤 계획이나 목표·비전·전략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비빔밥이 되다가 ‘윙’하는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어딘가로 한없이 추락하는 느낌에 빠졌다. 안대를 풀고 저녁을 먹는데 자꾸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이를 감추고 밥을 먹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회사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창문을 열었다. 내 사무실은 13층에 있었다. 활짝 열리는 미닫이창이 아니라 10~20도만 들어 올릴 수 있는 작은 창이었다. 창을 힘껏 열고 고개를 내밀어보았다. 고개는 간신히 절반쯤 내밀 수 있었지만, 몸이 빠져나가는 건 턱도 없었다. 창문과 얼마나 씨름을 했을까. 그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 무렵이었다.

내가 유서를 쓴 것도 아니었고, 살짝만 밀리는 창이지 절대 거기를 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고, 아마 뛰어내린다는 의도는 없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옛날 어느 그룹 회장이 갑자기 투신했을 때, 그와 최후의 만찬을 함께한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자살할 만한 낌새를 전혀 못 느꼈다고 증언했다. 내 친구 하나도 딸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순전히 주관적인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이제는 그들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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