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면적 11.6% 감소(2013년 171만1436㏊ → 2023년 151만2145㏊).’ ‘농가 12.5% 감소(2013년 114만2029가구 → 2023년 99만9022가구).’
토지와 노동력은 농업 생산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지만 최근 10년 사이 감소세가 가파르다. 한정된 자원을 규모화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주장이 힘을 얻지만, 뚜렷한 추진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2023년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51㏊로 2013년(1.50㏊)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체된 규모화에 정부는 최근 ‘농지이용증진사업’을 통한 ‘공동영농모델’ 확산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소유권과 자경 원칙 등의 벽에 갇힌 농지를 ‘이용 효율화’로 확보하고, 절대인구 감소 속 농업법인을 기반으로 공동영농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누가’ ‘어디서’ 농사를 지을지 농업 구조개혁의 밑그림을 공동영농과 농지이용증진사업을 토대로 짚어본다.
농지규모화를 이끌 방안으로 최근 농지이용증진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은 농업법인이나 농민이 농지를 공동 이용해 경영을 개선하면 농지 임대차를 전면 허용하는 제도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사례만 허용한다. 예외에는 농지이용증진사업이 포함된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은 법의 제약에서 벗어나 인접 농지를 임대차할 수 있어 농지규모화를 촉진할 제도로 거론된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제23차 농어업분과위원회’에서 “지역 특성에 맞춘 농지이용증진사업을 활성화해 권역 단위의 농지 집적과 공동농업경영으로 규모화한 영농을 실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사업은 1996년 ‘농지법’ 시행 때부터 명시됐던 정책이지만 유명무실했다. 복잡한 시행 조건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이에 정부는 농지이용증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농지법’을 이달 시행했다. 지자체장이 농지이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농업법인 등 사업 참여자가 수립한 ‘시행계획’만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절차 간소화만으로 사업 추진 동력을 높이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물밑 거래가 많은 농지 거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정연구센터가 최근 개최한 ‘농지이용증진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지 소유자와 서류상 등록된 경작자, 실제 경작자가 제각기 다른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며 “사업에 참여하면 이런 불법적인 사례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법인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농지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요구되는 수치·통계 등이 파악·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특구’ 마련이 언급된다.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를 지정하자는 제언이다. 장 소장은 “특정 구역만이라도 규제를 완화해 본래 사업이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할 ‘농지 집적화’도 과제로 남는다. 경영규모화가 농지의 조밀한 집적화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현재도 30∼50대의 핵심 경영체들이 집적화한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기계화 등 영농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80㏊ 이상 면 단위의 농지를 확보해 경영을 규모화했지만, 상당수의 필지들이 분산돼 있는 농업법인의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농지를 집적하려는 취지에 맞춰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주장이 뒤따른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일본도 이용권을 합리화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집적 농지면적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 김제, 경북 문경 등에서 농지를 집적화하려는 주체가 자연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도록 개별 주체·품목에 맞춰 사업을 유용하게 접목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업법인 등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공공 정보 전달체계도 강조된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은 크게 ▲정보 제공 및 지원 ▲시행 계획 수립 ▲시행 계획 실행 등 3단계로 나뉘는데 사업 시행자(농업법인)가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립에 앞선 조사를 하는 데 역량·인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무이사는 “특히 농지 소유·이용 실태에 대한 공공 데이터를 사업 시행자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지역 내 소유권·임차권 조정을 촉진할 지원도 요구된다”고 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사업 참여 주체는 생산자로 삼되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지원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23년 4월 ‘농업경영기반강화촉진법’을 개정하고 지역별로 농지이용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수립 주체는 지역의 농업위원회다. 일본 군마현 히가시아가쓰마정은 농업위원회에서 지역 내 농지를 18개로 구분한 뒤, 18명의 농지이용최적화위원을 임명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1명의 위원이 100㏊ 농지를 담당하는 식이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