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안정론과 식량안보론 충돌이 우리 농정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GS&J 인스티튜트는 농산물 물가안정론과 국내 농업보호에 바탕을 둔 식량안보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올해 ‘우리 농업과 농촌을 뜨겁게 달굴 다섯가지 위협과 기회’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지난해 봄 사과에 이은 여름철 배추 가격 급등에서 나타난 공급발 큰 가격 변동성은 물가당국의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TRQ) 증량과 할당관세 남발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반면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떨어진 쌀값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한 식량안보 유지에 물음표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밥상 물가가 올라서, 생산자들은 쌀값이 떨어져서 아우성을 치는 이질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발 경기침체 전망은 서민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얇아진 소비자 지갑이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물가당국은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한 공급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소비자와 물가당국을 대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니, 식량안보를 내세워봐야 밥상 물가에 가려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지난해 물가당국이 농가의 쌀 소득 감소액에 비등한 할당관세를 남발해도 농업계를 제외한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만큼 물가안정과 식량안보는 충돌보다 조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 식량안보부터 곡물에서 벗어나 식탁에 오르는 모든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 매일 아침밥 한 공기 대신 사과 한 개를 먹는 사람은 사과가 식량이다. 모두가 자신의 식습관과 기호에 맞는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식량안보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와 물가당국 역시 외국 농산물 수입 일변도의 공급 정책은 국내 농업기반의 붕괴로 이어져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국민의 농업은 농민만이 아니라 소비자와 물가당국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