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전체 분석 업계가 하반기 해외진출,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의정갈등과 강력한 국내 규제 등으로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도약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크로젠, GC지놈, 메디젠휴먼케어, 엔젠바이오 등 유전체 분석 업체들은 하반기 해외사업 강화, 서비스 리뉴얼, 신사업 추진 등을 추진한다.
마크로젠은 하반기 중 혈액으로 미세잔존암(MRD)을 검사할 수 있는 액체생검 서비스를 출시한다. 완치 판정 이후 재발 위험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위험, 암환자군과 VIP 검진고객이 주 공략 대상이다.
미국 시장 거점인 자회사 소마젠을 활용한 수주 활동도 강화한다. 소마젠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미국 모더나, 국립보건원(NIH) 사업을 수주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바이오 기업 제제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마케팅과 수주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종캠퍼스(지놈센터) 본격 가동과 국책과제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 사업 실적이 하반기 반영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GC지놈은 하반기 주력 제품인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 'G-NIPT'와 다중암 조기선별검사 '아이캔서치'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두 상품은 올해 상반기 각각 30%, 840%나 성장한 바 있다.
G-NIPT는 검출항목을 140종까지 확대하고, 산모 대상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아이캔서치 역시 4분기 중 선별 암종을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린다. 대한암학회, 대한종합검진학회 등 주요 학회 발표와 심포지엄 개최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선 일본암치료학회 참가를 준비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에선 현지 병원 대상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해외사업도 본격화한다.
메디젠휴먼케어 역시 하반기 해외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안티에이징 관련 유전자 분석 서비스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서비스는 미용 관련 유전자를 분석해 신체 나이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동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두 달 후 재검사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혈액이 아닌 타액으로 검사해 편의성을 높였다.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베트남, 튀르키예, 호주 등 주요 해외 진출국에 조만간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최대주주, 대표이사까지 바뀐 엔젠바이오는 사업 목적을 대거 추가했다. 기존 유전자 분석 외에 의료관련 소모품 유통, 의료기기 온라인 플랫폼, 부동산 개발, 헬스케어 컨설팅 등을 추가했다.
국내 유전체 분석 업계가 해외진출, 신사업 추진 등에 나서는 것은 국내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분석 서비스는 질병 진단이나 예측 영역이 여전히 금지되며 시장이 정체돼 있다. 분석 장비 발달로 유전자 분석 비용이 낮아지고 업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5년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의정갈등 여파로 병원 수요가 크게 하락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이같은 영향으로 마크로젠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분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GC지놈 역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메디젠휴먼케어와 엔젠바이오 역시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는 “국내시장은 업계 숙원인 DTC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고, 경쟁과열로 수익성까지 큰 폭으로 낮아져 고사 직전”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유전자분석 장비 국산화 등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