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닷없이 전해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듣는 사람의 오늘을 멈추게 한다. 그 순간부터 남겨진 이의 하루는 ‘오늘’이 아니라 ‘그날 이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날짜는 다르지만, 각자의 ‘그날’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죽음은 보통 가족 곁에서, 눈을 감을 준비가 됐을 때 찾아와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의 도중에 찾아온다.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간에서,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고인이 남긴 칫솔과 작은 수첩, 컵라면, 연고 같은 물건들은 유족의 손에 쥐어진 채 조용히 집으로 퇴근한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산재 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고인이 떠난 지 여러 해가 흘렀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어느 유가족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