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운 높인다는 은행의 '이것'…MZ까지 홀렸다

2024-12-17

새해 달력 조기 품절 '행진'

ESG 영향 수량 감소하지만

폭넓은 연령층서 인기 여전

“은행 달력을 받으려면 신분증을 지참하고, 통장 개설 확인 후 1인 1부만 준다네요. 9시가 되자마자 갔는데 제가 36번째였어요.”

연말이 되자 중고거래 플랫폼은 물론 지역 인터넷 카페에 이처럼 은행 달력을 받은 이들의 성공담이 올라오고 있다. 은행 달력은 집에 걸어두면 금전운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에 매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들어 MZ세대까지 합류하며 은행 달력을 찾는 이들은 더욱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이 모델 아이유 사진을 넣어 제작한 2025년 새해 달력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우리금융은 아이유와 2022년 광고계약을 체결하며, 지난해부터 3년째 아이유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다.

달력 배부 시점과 기준은 은행 영업점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1~12월부터 배포를 시작한다. 그러나 현재 은행 지점에서 달력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지역별 커뮤니티마다 20~40대 직장인과 주부 사이에선 어느 은행에서 언제부터 어떻게 해야 달력을 주는지 실시간 정보가 오가기도 한다.

때문에 은행권 달력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이유 달력의 경우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000원~1만원대로 거래되는데 다른 은행 달력에 비해 웃돈이 얹어지기도 한다. 이밖에 각 은행권의 달력을 탁상용과 벽걸이용 등 종류별로 모아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 중 모델을 내세워 달력을 제작한 은행은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두 곳이다. 농협은행은 모델 고윤정 배우 사진을 넣어 2025년 탁상 달력을 제작했다.

국민은행은 자사 캐릭터인 스타 프렌즈를 활용한 명화 패러디 그림이 들어간 달력을, 신한은행은 일러스트와 신한 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달력을 제작했다. 하나은행은 매년 미술작품 위주로 제작하고 있다.

은행 달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 은행 달력에는 납세 기한이나 손 없는 날, 음력과 기념일 등이 표기돼 있어 재테크 스케줄을 짜기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찾았다면 최근 들어 은행이 기용한 모델의 팬들까지 합류하면서 수요층이 늘었다.

다만 은행들이 무턱대고 달력 제작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은행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 경영의 일환으로 종이 사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난 반면 달력 제작 규모가 감소하면서 조기품절 등이 잇따르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달력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홍보효과로 인해 달력 제작을 중단할 수는 없고, 찾는 이들은 매년 늘고 있는 점을 계산해 자사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에게 우선 배부하되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충성 VIP 고객을 우대한다. 고액자산가 '투체어스' 고객을 대상으로 탁상형 달력을 500명에게 추첨 배부한다. 투체어스는 금융수신 평잔 10억원 이상과 평잔 1억원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선정된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과 연계해 한정판 달력(A2 사이즈)과 다이어리키트를 총 1만명에게 추첨 배부한다. 앱 내에서 주민등록증 등록하기, 입출금 알림받기 등 서비스를 개시하는 미션을 성공한 이들에게 달력 추첨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달력 수요를 활용해 앱 접근성을 높인다는 마케팅이다.

신한은행도 달력과 연계한 신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프렌즈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새해 다짐을 댓글로 남기면 2025년 신한프렌즈 캘린더 등을 총 300명에게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내년 달력을 최근 가장 돋보이는 예술인으로 돋보이는 장마리아 작가와 함께 제작한 그림 에세이 달력으로 준비했다. 장마리아 작가는 캔버스 위에 두텁게 쌓아올린 마티에르로 재료의 물성을 표현하는 작가로 최근 주목받았다.

이밖에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 달력도 인기다. 온라인상에선 '효험이 끝내준다는 부자 되는 한국은행 부적', '한국조폐공사 달력 구하는 법' 등의 게시글이 공유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에선 달력 제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으나 품절되면 고객 민원이 상당하다”며 “다만 달력은 한번 책상 위에 놓이면 1년 동안 사용되니 홍보 효과가 커 은행으로선 인기 모델, 브랜드나 작가와의 협업 등 달력 제작을 위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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