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컴퓨터그래픽(CG) 없이, 24개국 명소에서, 총 28년이 걸려 촬영한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감독판인 ‘더 폴: 디렉터스 컷’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국내 개봉한 감독판은 상영관이 50개 남짓한데도 지난 5일자로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기록에 감독 타셈 싱(사진)이 한국을 찾아 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2023년 신작으로 토론토영화제에 갔는데 비평가들이 ‘더 폴’을 이제 왜 볼 수 없느냐고 묻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비평가들에게 “20년 전 내가 그 영화를 알리려고 그토록 노력했을 땐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다고 한다. 비평가들은 “그땐 열 살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감독은 “새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원작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감독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을 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CG를 전혀 안 쓴 이유에 대해 그는 “오래 남을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무리 훌륭한 특수효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론 CG도 좋아하지만, 촬영지들이 매우 마법 같은 공간이었고 이런 공간에 CG를 사용하면, 모자 위에 또다시 모자를 쓰는 듯해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 폴’이 세월이 흘러 사랑받는 비결을 “패션도 20년 뒤 레트로로 유행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자평한 그는 “‘기생충’ ‘올드보이’처럼 기존과 다른 걸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다. ‘더 폴’은 처음 공개됐을 땐 사람들의 기대와 달랐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게 낫다. ‘그 영화가 그냥 괜찮다’는 (미지근한) 평가가 더 겁난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게 자랑스럽다”며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넸다. “영국 런던의 아이맥스관보다 한국 영화관에서 본 ‘더 폴’이 의도했던 4K가 잘 살아 더 좋았다”면서 “다른 문화권은 다른 행성처럼 느껴지는데 한국은 아예 다른 우주 같다. 흥미를 끄는 소재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