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3승 10패 평균자책점 5.22로 부진
KBO 복귀시 보류권 갖고 있는 NC와 계약 가능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2023년 KBO리그 MVP로 이름을 날린 뒤 메이저리그(MLB)에 재진출하며 '역수출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던 에릭 페디가 결국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세인트루이스는 24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우완 투수 안드레 그라니요를 트리플A 멤피스에서 콜업하고, 우완 투수 에릭 페디를 양도지명(DFA)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DFA는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와 40인 로스터에서 선수를 제외하고, 웨이버 공시하는 절차다. 이후 3일 이내에 다른 구단이 클레임으로 영입하고 싶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방출, 트레이드 또는 마이너리그 강등 조치가 가능하다.
페디는 MLB에서 5년 이상 등록 일수를 채운 선수로, 마이너 강등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세인트루이스와의 동행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6시즌을 뛴 페디는 2023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KBO리그 NC에서 페디는 30경기 180.1이닝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삼진 209개를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개 부문을 석권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는 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하며 KBO를 지배했다.
이 활약 덕분에 MLB 복귀의 문이 열렸고, 그는 KBO에 진출한 지 단 1년 만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6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복귀 첫 시즌 페디는 기대에 부응했다. 21경기에서 121.2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며 침체된 화이트삭스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그 결과, 트레이드 마감 전 선발 보강이 절실했던 세인트루이스가 삼각 트레이드로 그를 영입했다.
페디의 지난해 전체 성적은 31경기 177.1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준수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달랐다. 시즌 초반엔 나쁘지 않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13.25(17.2이닝 26실점)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특히 스위퍼의 위력이 떨어지고 제구력 난조까지 겹치며 반등의 여지를 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올 시즌 전체 성적은 20경기 101.2이닝 3승 10패 평균자책점 5.22로 하락했다.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66명 중 페디보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 잭 갤런(애리조나 다·5.58)뿐이다. 또 지난 5월 10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12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DFA 결정을 내렸다.
페디 역시 자책감을 드러냈다.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정말 형편없었다. 초반부터 실점하면서 팀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렇게 자신감을 잃은 적은 처음"이라며 침통한 심경을 전했다.
다만 MLB 커리어가 끝난 것은 아니다. 750만 달러(약 103억원)의 연봉이 부담되긴 해도,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팀이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영입할 수 있다. 클레임이 없더라도 방출 이후 자유롭게 이적이 가능하며, 웨이버를 통과하면 잔여 연봉은 세인트루이스가 떠안게 되어 오히려 영입 매력은 커진다.
만일 미국 무대에서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한다면, 페디는 KBO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보류권을 갖고 있는 NC 다이노스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