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 가정과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현상에 일본 언론이 주목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시민들의 탄핵 집회에 자녀를 데리고 나오는 참가자가 늘고 있다”며 한 40대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14일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맞춰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국회 앞 집회에 갈 예정이라는 이 남성은 “국가가 긴박한 현장을 보고 (아이들이) 정치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3일 초등학생 아들과 TV를 보다가 계엄령 선포를 접했다는 50대 남자 회사원의 사례도 소개됐다. 이 남성은 ‘계엄령이 무엇이냐’부터 질문 공세를 퍼붓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영화 ‘서울의 봄’과 광주 사태를 예로 들며 설명해줬다며 “부모와 자녀가 처음으로 역사와 사회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1980년 이후 44년만에 나온 계엄선포는 군사정권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정치와 민주주의에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 당일부터 매일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집회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각종 보도가 교재가 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면서 “검색 포털 네이버에서 ‘비상계엄’, ‘계엄령’ 같은 관련 용어가 3일 밤부터 1주일 이상 검색 상위를 차지했다”며 “젊은 세대의 검색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과 광주사태의 실상을 그린 ‘택시운전사’, 광주사태에서의 학생들의 일상을 그린 군상 드라마 ‘5월의 청춘’의 시청 시간이 크게 늘어난 점도 젊은 층의 관심 증가의 예로 제시했다.
학교에서 정치를 배우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급변하는 정치 현장을 잘 보라”는 주문과 함께 시험 대신 관련 리포트 제출로 대체한 지방 국립대 사례, ‘12·3 사태’라는 제목의 수업용 3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만든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이야기 등을 언급했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는 군사정권의 기억이 남아있는 중장년층과 민주화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크다는 점이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낳아왔다”며 “젊은이들이 민주화와 역사를 다시 보는 움직임이 확산되면 양측의 거리가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