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 부광약품, 고강고 유통 구조조정 뒤 품절약 속출... 업계 "품절 마케팅 하는 거냐?" 의혹도

2024-09-23

작년 말 고강도 유통구조 개편 시동, 올 초부터 품절 사태 시작

‘주 52시간 해제’ 정책 특혜까지 받았지만, 수급 불안정 여전

‘부광약품 미스터리’… 제약사는 충분히 생산·공급하는데, 약국에는 약이 없다

‘고의 품절’ 촉발, 직거래 우회 확대… ‘유통 마진’ 돈 싸움?

[녹색경제신문 = 권혜진 기자] 지난 2022년 2월 산업화학 전문기업 OCI에 인수되면서 OCI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부광약품(003000)이 구조조정을 빌미로 의도적인 의약품 ‘품절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약국가의 의약품 품절 리스트에 부광약품 제품이 유독 많은 데다 대부분 장기 품절 상태인데, 그 배경에 제약사로서의 사명감은 뒷전인 채 수익만을 좇는 이기적인 구조조정이 숨어있다는 얘기다.

실적 개선 위해 고강도 유통구조 개편 단행, 올 초부터 품절 사태 시작

1960년 설립, 64년의 업력을 보유한 부광약품은 OCI에 인수된 2022년 영업손실 2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첫 적자를 낸 데 이어, 2023년 375억 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매출액도 2022년 1909억원에서 2023년 1259억원으로 1년 새 34%나 쪼그라들었다. 부진이 심해지자 부광약품은 실적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강도 높은 유통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2023년 10월 중순 부광약품은 거래 중인 의약품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약 보름 후인 11월부터 매출 기준 1~2% 수준의 유통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당연히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있었고, 최대 800개가 넘었던 유통업체는 4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거래 유통업체의 절반 가량이 거래 중단을 결정한 것.

그 여파로 올해 초부터 부광약품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이 시작됐고, 3월 중순부터 ‘훼로바유’와 ‘아기오과립’의 품절 사태가 본격화됐다. 당시 약국가에서는 해당 제품의 단종 소문까지 돌았는데, 부광약품 측은 “단종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생산과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도매와의 수수료 갈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약국의 불편이 없도록 전국적으로 포진해 있는 직거래 영업사원을 통해 직거래로 약국에 제품을 유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약사회 집계 ‘품절약 리스트’ 37개 중 6개가 부광약품 제품

하지만 부광약품의 설명과는 달리 수급 불안정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고, 품절 품목은 오히려 늘었다. 경기도약사회(회장 박영달)가 이 달 초 공개한 ‘품절 의약품 리스트’(8월 기준)를 보면, 부광약품의 제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 37개의 품절 의약품 중 부광약품 제품이 ‘씬지로이드’, ‘메티마졸’, ‘훼로바유’, ‘아기오과립’, ‘레가론140’, ‘디아그릴2’ 등 6개(16%)다.

이 중 갑상선치료제인 씬지로이드와 메티마졸은 국가필수의약품이다. 레보티록신 성분의 씬지로이드는 부광약품과 다림바이오텍(씬지록신정) 단 두 곳에서만 생산 중인 제품이고, 메티마졸은 대체의약품이 마땅치 않은 제품이다. 차전자와 차전자피 성분의 변비약 아기오과립은 동일 성분의 대체의약품이 없는 데다 급여가 되는 유일한 변비약이고, 빈혈약인 훼로바유 역시 일반의약품이면서 급여 처방이 되는 다빈도 의약품이다.

실제 기자가 지난 21일 서울과 수도권 소재 10여 개 약국에 문의해보니, 이들 6개 약품을 포함한 다수의 부광약품 제품이 아예 주문조차 안 되는 상태였다. 그 이유에 대한 약사들의 설명도 제각각이었다. “제약사와 도매상이 싸워서 수급이 불안하다”는 약사가 있는가 하면, “일부 대형 약국이 독과점해서 약을 구할 수 없다”는 약사도 있고,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제약사에서 더 이상 생산을 안 한다”고 말하는 약사도 있었다. “약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약을 병의원에서 계속 처방하니 약국 입장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라는 하소연도 있었다.

‘주 52시간 해제’ 특혜까지 받았지만, 수급 상황 개선되지 않아

문제는 부광약품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생산량 증대를 이유로 ‘주 52시간 근무 제한 해제’라는 매우 예외적인 법적 혜택까지 받았음에도 품절 사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0일 중부지방노동고용청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부광약품 의약품 생산 공장에 대해 한시적인 주 52시간 근로 제한 해제를 허용했다. 부광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급불안 의약품의 공급 안정화를 위해 공장 근로시간을 연장해줄 것을 건의하고 식약처가 노동부에 협의를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식약처의 노동부 협의 요청은 ‘아세트아미노펜’ 품귀 현상을 겪었던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였다. 이에 따라, 부광약품은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11일까지 28일간 ‘주당 12시간 추가 연장 근로’가 가능해져 공장 가동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부광약품 품절약에 국가필수의약품인 레보티록신 정제(씬지로이드)가 포함된 것’을 주 52시간 해제 추진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약국에서는 씬지로이드를 포함한 다수의 부광약품 약들을 여전히 구하기 힘들다.

‘부광약품 미스터리’… 제약사는 충분히 생산·공급하는데, 약국에는 약이 없다

부광약품은 <의약품 공급 관련 안내의 글>이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최근의 장기 처방 빈도의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하였고, 이로 인한 품절이 가수요 또한 유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2024년 2월부터 정제 등의 생산을 꾸준히 증대하고 있으며, 이미 5월부터는 증가된 처방량 이상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공급 불안정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약국가에선 이 상황을 두고 ‘부광약품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나라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배려까지 해줬고, 제약사에서는 정상적으로 충분히 생산·유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약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는 실질적 품절 상태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 품절’ 촉발, 직거래 우회 확대… ‘유통 마진’ 돈 싸움?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이 회사의 실적 개선을 위해 수급 불안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유도하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외부 유통사에 지급하는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 주요 품목들의 물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고의 품절’을 촉발하면서, 한편으로는 우회적으로 직거래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통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최근 기존 약국사업부의 개편을 추진했다. 약국사업부에서 직거래를 담당하는 일부 영업사원을 퇴사시킨 후 자회사(부광메디카)에 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광약품 à 부광메디카 à 약국’이라는 새로운 유통경로가 만들어진다. 판매법인 자회사를 중간에 낀 우회적 방식의 직거래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자회사에는 CSO(영업대행사) 시스템의 특징인 ‘실적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소속 영업사원에게는 급여가 아니라 영업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매출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작년 말부터 시작한 일련의 고강도 구조조정 덕에 올해 들어 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추세다. 부광약품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별도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별도기준 상반기 실적은 매출 707억원, 영업이익 44억원으로, 매출 802억원, 영업이익 7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28.6%나 증가했다. 연결기준 실적은 여전히 적자 상태인데, 회사는 올 하반기에는 연결기준 실적까지 흑자전환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환자… ‘의약품 공급 안정 기여’ 경영이념 되새길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환자다.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에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았는데, 약국에 해당 약이 없다”, “오랜 기간 복용해온 약이 품절 사태로 갑자기 다른 약으로 교체 처방됐다”, “동네 약국에 약이 없어서 종로5가 약국까지 알아봤는데도 못 구했다”, “60일치를 처방 받았는데, 약국 재고가 부족해 40일치만 받았다”는 등 부광약품 품절약으로 인한 환자들의 걱정과 고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장기처방 증가, 중국과 인도의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 코로나19 재유행 등 의약품 수급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가뜩이나 많은 요즘이다. 부광약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의약품 공급 안정에 기여하고 우수의약품 생산으로 사회에 이바지한다”라고 경영이념을 밝히고 있다. ‘의약품 공급 안정에 기여한다’는 경영이념을 잊고 수익성 추구에만 골몰해 환자들의 불편은 나몰라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광약품 측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한편, 경기도약사회(회장 박영달)가 지난 8월 기준 집계한 ‘품절 의약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제약사는 총 24개 사로, 이 중 2개 이상의 제품이 품절 상태인 제약사는 5개 사였다. 6개로 가장 많은 품절약 수를 보유한 부광약품 이후는 삼일제약(슈다페드, 팔로델, 자디텐시럽, 모노프로스트점안액 등 4개), 삼아제약(세토펜현탁액, 노테몬패취 0.5mg/1mg, 두드리진시럽 등 3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벤토린네뷸, 더모베이트액, 듀오다트 등 3개), 한미약품(맥시부펜시럽, 코싹엘정 등 2개)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를 참조하면 된다.

권혜진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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