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단맛 다 아니까 다시 한번 ‘우승의 맛’

2025-06-12

“전희철, 7~8위 경험 안 해봤고

이상민은 위쪽 한 번도 못 와봐”

라이벌 SK·KCC 감독에 자신감

김선형 중심의 빠른 농구 예고

문경은 감독(54)은 프로농구 수원 KT의 지휘봉을 잡고 4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그는 앞서 서울 SK를 10년간 지휘하며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1회를 달성했지만 하위권에도 여러 시즌 머물어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했다. 이는 돌아온 ‘람보슈터’의 가장 큰 자신감의 배경이기도 하다.

문경은 감독까지 복귀하면서 2025~2026시즌 프로농구에는 스타 감독들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전희철 감독이 SK를 강팀으로 이끄는 가운데 이상민 감독이 부산 KCC 사령탑으로 코트에 복귀했다. 문경은 감독과 이상민 감독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의 전성기를 함께 이끈 동료이자 라이벌이고, 전희철 감독은 SK에서 10년간 수석코치로 문 감독과 함께한 뒤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11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문경은 감독은 “전희철 감독은 3~4년 사이에 우승은 했지만 7~8등은 안 해봤다. 이상민 감독은 하위권을 많이 경험해봤지만 위쪽은 한 번도 안 와봤다. 내가 훨씬 많은 경험을 했다”며 웃었다.

최근 이적시장을 통해 인연 깊은 감독들의 라이벌 관계가 깊어졌다. 문경은 감독의 KT는 이상민 감독의 KCC에 허훈을 내줬고, 전희철 감독의 SK에서 김선형을 데려왔다.

문경은 감독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상민 감독에 대해 “요리 대결로 비유하자면, 그쪽은 산해진미를 다 가졌고 우리는 유기농 정도 재료를 갖고 있다”면서도 “이상민에게는 지면 안 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전희철 감독에 대해서도 “SK를 만나면 정석이 아니라 비정석으로 붙을 것 같다. 서로 너무 잘 알기에 아마도 서로 역으로 갈 것”이라며 치열한 두뇌싸움을 예상했다.

문 감독은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KBL 운영본부장과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자신만의 무기로 꼽았다. “감독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됐고 해설할 때는 더 깊숙이 들어간 것 같다”며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팀을 바꿔 오랜만에 사령탑으로 돌아온 문 감독의 첫 관심사는 KT 에이스였던 자유계약선수(FA) 허훈의 거취였다. 하지만 허훈은 우승에 대한 갈증을 이유로 KCC 이적을 택했고, 문 감독은 급하게 김선형 영입에 나섰다.

“허훈이 KCC로 간다고 하기에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김선형에게 전화했다”며 당시를 회상한 문 감독은 “구단이 우승하려고 나를 감독으로 데려왔는데 허훈을 못 잡으면 우승 멤버 구성이 안 된다. 김선형이 오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최소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인어른과 식사 중이라던 김선형을 붙들어 잡았다. 문경은 감독은 “그때 막 식당에 앉았다고 하기에 빨리 먹고 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문자 메시지로 ‘월남쌈을 시켜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1시간이든 2시간이든 기다리겠다. 대신 그사이 다른 전화는 받지 말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김선형은 약속을 지켰고 문경은 감독의 KT는 당일 바로 김선형과 계약했다.

문경은 감독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팀워크다. 허훈의 이적에 따른 FA 보상에서 특급 보상선수 대신 현금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CC는 FA 보상 규정상 기존 ‘슈퍼팀’ 멤버 중 한 명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T는 특급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을 택했다.

문경은 감독은 “슈터 보강이 필요한 건 맞지만 보호선수 외 명단에 마땅한 슈터는 없었다”며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데려오고 트레이드를 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팀에 있던 기존 선수들의 마음은 또 무너진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T는 선수들을 7월1일 공식 소집해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 정창영, 문성곤 등 베테랑 선수들과 출전 시간, 명확한 역할 부여 등을 통해 팀 분위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전술적으로는 김선형을 중심으로 한 스피드업을 예고했다. “김선형이라는 선수가 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받아먹을 수 있게 연습을 시켜 동선을 만들고 습관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하겠다”며 “허훈은 어시스트도 많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많았다. 반면 김선형은 달려서 패스를 많이 준다. 안 받아봤던 패스를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달려야 한다. 팀이 빨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KT는 우승하기 위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제패를 이끈 문경은 감독을 영입했다. 문 감독의 목표도 당연히 ‘다시 우승’이다. 문 감독은 “SK에서 우승했을 때 진짜 펑펑 울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경험적으로 내 자신을 또 한 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궁금하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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