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SPA 체결 후 한 달 이상 진전 없어
자금줄 OK금융 내 대부업 논란 등 부각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 9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이후 지난달 내 금융당국에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OK금융그룹의 ‘대부업 논란’ 등이 부각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심사 준비에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의 한양증권 인수전은 본 계약 체결 후에 한 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최대한 빨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KCGI 측에서 신청에 앞서 들여다 볼 사안이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일정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KCGI는 지난 9월 19일 한양학원 등 매각 측과 협상 기한을 두 차례 연장한 끝에 한양증권 지분 29.6%(376만6973주)를 2203억6792만원에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1000억원 수준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9~10월 중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 실무부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정보·의견 교환을 했지만 아직 신청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지난해 7월에도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이미 넘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와 지금의 거래 구조가 다르긴 하지만 특이 사항이 없다면 무난하게 승인될 거란 전망하며 빠른 신청을 예상했다.
이에 KCGI가 인수전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펀드(PF)의 핵심 출자자인 OK금융그룹을 둘러싼 의혹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법 상 인수 주체가 아니더라도 펀드에 30% 이상 출자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인수 초반에 불거진 한양학원과의 파킹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된 가운데 OK금융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대부업 논란’ 등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진단이다. 파킹딜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살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말한다.
OK금융그룹의 경우 지난 2014년 예나래·예주저축은행 인수 당시 5년 내 대부업 자산의 40%를 감축하고 올해 말까지 대부업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정감사에서 최윤 회장의 동생 명의로 HNH파이낸셜 등의 대부업체를 우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통과를 위해선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과 조세범 처벌법 등 금융 관련 벌금형 이상 사건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지난 9월 말 기준 OK캐피탈의 부실채권 규모가 1000억원에 근접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KCGI 측은 큰 문제 없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관련 제반 사항을 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CGI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의 설명을 듣고 필요 자료를 준비하는 단계”라며 “신청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당국의 보완 요청을 줄이기 위해 주요 요인들을 꼼꼼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