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플랫폼 시대, AI진흥하며 플랫폼 규제는 모순
구글·메타 등과 역차별 우려…OTA는 이미 역차별
배달 수수료 상한제, 소비자 후생 감소 고려해야
플랫폼 업계는 이재명 정부에 기술과 사회 변화에 발맞춰, 금지된 것이 아니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이 융합되는 국면에서 AI는 진흥하고, 플랫폼은 규제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각 업종별로 여행·중고거래·리걸테크 등 각 업종별 플랫폼은 맞춤형 진흥책을 설계해달라고 주문했다.
◇ AI·플랫폼 융합 추세…'AI 플랫폼' 육성해야
플랫폼 업계는 AI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가 전략 수립과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내 AI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 인재 육성, 취업 비자 개선 등을 통한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플랫폼 산업 진흥을 위해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전환을 당부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되는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 융복합 신산업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AI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AI 진흥과 플랫폼 규제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전 세계에서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만큼, 국내 플랫폼을 잘 살려 이들을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그리고 디지털 AI 산업을 국가 산업 중심으로 삼는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플랫폼 규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정책 공약집에서 'AI 3대 강국 진입'을 선언하면서 AI 기술·인프라 투자와 인재 육성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플랫폼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생 질서 구축'을 내세워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21대·22대 국회에서 연이어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는 구글·메타 같은 해외 기업은 쉽게 규율할 수 없는데 반해,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만 규제받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또한 업계에서 반발하는 규제로 꼽힌다.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면 영세 업체만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고, 배달 시간이 증가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현재 논의 중인 상황에서 정책 방향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여행·중고거래·프롭테크·리걸테크 “맞춤형 진흥책” 목소리
여행 플랫폼 업계는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먼저 역차별 규제를 해소해달라고 밝혔다. 해외 OTA는 총액표시제에서 제외돼 불공정한 마케팅이 가능하지만, 국내 OTA는 규제를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OTA와 레저시설, K-팝 공연 등에도 면세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와의 논의 창구 확대를 통해 사기 방지 대책을 체계화하고, 중개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할 것을 건의했다. 또한 개인 간 거래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관계 부처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프롭테크 기반 신산업 분야를 별도 업종으로 정의하고, 사업 적용 범위와 인허가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홈네트워크 기술기준 개선,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아울러 기술 스타트업 육성과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투자·실증·수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업계는 법률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특히 핵심 인프라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법률 서비스 특성상 공공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AI 관련 윤리적 기준과 기술 활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수적이라 짚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