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5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53%, 최대 60%까지 줄이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가지 후보안을 내놨다. 다음주 국무회의 전까지 최종안을 결정할 전망인데, 어떤 안이 되더라도 산업계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의 35%(약 1억t)를 차지한 철강업계의 걱정이 크다. 철강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 핵심 이행 수단인 ‘수소환원제철’ 도입은 아직 걸음마를 뗐다고 보기도 어려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환원) 철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기존 고로(용광로) 방식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기 위해 석탄(코크스)을 써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통상 1t의 철강을 만들기 위해 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본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깨끗한 물만 배출한다. 탄소 배출이 없는 무탄소 제철, ‘꿈의 제철’이라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시점이다. 정부 검토안에 따르면 48%·53%·60% 안을 기준으로 150만t의 수소환원철강을 생산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지난 9월 26일 산업부문 공청회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철강업계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같은 날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토론에서 “수소환원제철로 실제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시기는 2037년 이후로, 2035 NDC에 감축 이행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수소환원제철공법 ‘HyRex’를 기반으로 포항에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연 30만t 규모)를 만들고 있다. 2030년까지는 실증 플랜트(연산 30만t)를 만들고, 2032년까지 연산 250만t 규모 상용 플랜트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일정도 장담은 못 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실증 플랜트도 처음에는 2026년을 목표로 했지만, 늦춰졌다”며 “목표 시점이다 보니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난제는 수두룩하다. 먼저 개발 비용이다. 기존의 고로·전기로 공정을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하려면 장기간의 연구 개발과 대규모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핵심 원료인 수소 가격도 문제다. 수소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생산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조명종 포스코미래철강연구소장은 지난 5일 한국산업연합포럼(KAIF)이 주최한 ‘수소경제 재도약을 위한 R&D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소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수소 가격이 ㎏당 만원 선인데 미국은 ㎏당 천원 정도를 목표로 한다”며 “수소 가격이 점점 내려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 열연의 유통가가 t당 75만원인데, 현재의 수소 가격으로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도입하면 열연 가격이 t당 150만원으로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 수요량도 급증할 수 있다. 철강업계는 그간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 필요한 전력의 80% 이상을 자가발전으로 충당해왔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하면 이게 불가능해진다. 수소로 생산한 직접환원철을 녹여 쇳물로 만들려면 새로운 전기로가 필요하고 전력 사용량 증가는 불가피하다. 한국철강협회는 "무탄소 전원으로 생산한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므로 정부 차원의 그린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과제에도 전문가들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뒤쳐저선 안 된다고 본다. 탄소 규제 리스크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본격 시행한다. 탄소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은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철강 부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철강 산업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미래 기술 전환을 기업에 맡기기보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저탄소 설비 전환에는 EU와 일본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정부 조달 프로젝트에서 저탄소 철강 구매 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 그린 철강 시장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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