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를 하세요

2024-12-17

연말인데 연말 같지가 않다. 사람들은 송년 모임이 한창이어야 할 식당과 술집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들었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탄핵하라” 구호가 울려퍼졌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한 해를 돌아봐야 할 시기에 사람들은 때아닌 나라 걱정으로 잠 못 이뤘다.

“계엄 사태 이후 취소된 예약만 40건이 넘습니다. 지난해 이맘때는 객실 예약이 전체 다 마감됐는데, 지금은 평일 기준 객실률이 50%밖에 안 돼요. 오늘도 예약이 2건이나 취소됐어요.” 전북 무주의 한 숙박업체 사장이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 긴급 실태조사에서 한 말이다. 세종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도 “8명이 예약하면 5~6명은 예약을 취소하고 2~3명만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도 10명 중 아홉은 계엄 사태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반토막 난 곳도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이 몰고 온 ‘연말 비수(非需)’ 효과가 송년 대목만 목 빠져라 기다려온 자영업자들에게 된서리를 퍼부은 것이다. 계엄령 이후 한때 한국이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줄줄이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시국이 이런데 흥청망청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 송년 모임을 취소한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돼야 한다. 비장한 각오 속에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조차 노래와 춤이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이 가결된 후 한 첫 발언도 “여러분의 연말이 좀 더 행복하길 바란다. 취소했던 송년회를 다시 잡아달라”는 당부였다. 다행히 탄핵안이 가결된 후 취소했던 송년 모임을 재개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년보다 송년 모임이 줄어든 데는 국가적 비상사태뿐 아니라 고물가로 빈약해진 주머니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뿐인 연말인데, 몸이 춥다고 마음까지 춥게 보낼 순 없다.

사느라 바빠서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 한 해 동안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과의 따뜻한 식사 한끼가 내수침체로 얼어붙은 소상공인들의 마음까지 녹여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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