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국회 '갑질' 조장법 비판
국가 핵심기술 유출 해마다 증가...기업인 경영활동 제약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인력과 기술을 중국 업체 '청두가오전'(CHJS)에 대거 스카우트해 삼성의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브로커가 적발됐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씨(64)는 국내에 헤드헌팅 업체를 차리고 삼성전자 핵심 인력들에 기존 연봉의 최소 2∼3배를 약속하며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경찰은 "피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4조3000억원에 이르며,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금액은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배터리 등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해외 유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그 규모와 심각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해외 기술유출 사범을 검찰로 송치한 건수가 25건에 이른다. 이중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국가핵심 기술도 10건에 달한다. 기술 유출 국가별로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미국(3건), 독일·베트남·이란·일본(각 1건) 등이 잇고 있다.
◆ 지난 달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국회의원 '갑질' 조장법 비판
탄핵 정국 혼란속에 이같은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유출 가능성을 키우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재계의 우려가 크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국회 증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
국정감사뿐 아니라 중요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애초 이 법은 기업 기밀 유출과 경영 활동 제약이 불가피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됐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거부권 없이 향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요구할 경우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되는 점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기술과 영업 비밀이 국회를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 총수들이 국회의원의 요구만으로 아무 때나 국회에 불려나가고, 심지어 동행명령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헌법상 과잉 금지 및 사생활 침해 금지 원칙,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법 중) 제일 경악스러운 건 국회증언법이다. 갑질 유전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하고 무식하기까지 하지 않으면 감히 만들 수 없는 법"이라며 "국회의원 갑질을 위해 우리 산업이고 기업이고 모두 납작 엎드려 죽으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자료를 대령하라고 하면 영업비밀이라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