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권역(GBD)의 최대 오피스 자산으로 꼽히는 센터필드를 장기 보유하기로 가닥을 잡고 펀드 수익자(LP)인 국민연금·신세계프라퍼티와 막판 협의를 하고 있다. 센터필드가 지금도 공실률이 거의 없는 초우량 자산인데다 앞으로 GBD 내 신규 프라임 오피스 공급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센터필드는 이지스가 보유한 최대 자산이라는 점에서 운용 보수 등을 고려하면 장기 보유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제210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의 운용 만기가 올 10월 말 도래한다. 이지스가 설립한 이 펀드의 지분은 현재 국민연금이 50% 가량을, 49.7%는 신세계프라퍼티 측이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 핵심 관계자는 “올 초 이지스가 통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최종적으로는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거의 협의가 됐다”며 “센터필드의 미래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센터필드의 몸값이 향후 더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센터필드는 현재도 5% 미만의 자연 공실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론상 금리 하락기엔 캡레이트(Cap rate·자본환원률)가 동반 하락하면서 반대로 임대료는 높아지게 된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되면 LP들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주로 강남 테헤란로를 따라 형성된 GBD 오피스가(街)에 더 이상 대규모 프라임 오피스를 공급할 부지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에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준공 후에도 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 입주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완공까지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했을 때 현재 최소 3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센터필드의 가치는 더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지스가 펀드 만기를 연장한다 해도 국민연금이나 신세계 측이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별도 자산 개발 등에 자금이 필요해 센터필드 지분 유동화를 한때 추진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LP 중 일부가 수익 실현을 원하면 펀드는 그대로 두고 지분만 떼어 파는 셰어딜로 진행하면 된다”며 “통매각이 돼 주인이 바뀌면 취등록세만 해도 엄청나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여러모로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는 2018년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를 인수해 센터필드를 개발했다. 당시 총 사업비 2조 1000억 원 중 8000억 원은 지분출자로, 나머지 1조2000억 원 이상은 대출로 조달했다. 국민연금이 당시 최대 지분출자자(5000억 원)로 참여했다. 나머지 3000억 원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출자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0년 KKR 측 보유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늘렸다.
2021년 완공된 센터필드는 지하 7층~지상 36층, 연면적 239,252㎡(약 7만2500평) 규모로 현재 GBD 내 최대 복합 부동산으로 꼽힌다. 프라임 오피스와 호텔, 리테일 시설을 모두 갖췄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아마존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크래프톤 등 초우량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