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돈·시간 다 쏟았는데, 미래는 어디로?카카오 리포트 ① - 현실편
“카카오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회사다. 언제든 자만하면 위기가 올 것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019년 10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으로 10년은 결국 인공지능(AI)으로 정의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새 시대 전환을 감지하는 본능, 그리고 전례 없는 성장을 이룩한 뒤 불안 등이 뒤섞인 말이었다. 그가 내다본 ‘앞으로 10년’ 중 딱 절반이 지났다. 전망은 정확했지만, 불안 역시 현실이 됐다.
시장이나 언론에서 카카오 뒤에 ‘위기’를 병기한지 3~4년이 흘렀다. 위기의 일상화 상태다. 문제와 문제가 아닌 것조차 구분하기 힘든 상태지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미래를 잃었다는 것.
김 위원장이 불안감을 갖기 시작한 때쯤,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기치 아래 미래를 준비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헬스케어 등 ‘뉴 이니셔티브(New Initiatives)’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이 핵심. 급성장 시기에 번 돈 중 3조원 가까이를 여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현시점에 투자금은 공중분해 위기에 직면했고, 그 시간들은 ‘잃어버린 5년’으로 남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카카오다. 현재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다시 세울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앞으로 10년’ 중 절반이 남았다. 카카오의 오늘, 그리고 바꿀 수 있는 내일까지 2회에 걸쳐 심층 분석했다. 카카오는 위기의 5년을, 기회의 10년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목차
1. 길 잃은 카카오
2. 장밋빛 미래 꿈꾼 ‘리즈 시절’
3. 잃어버린 5년, ‘2조8300억원’의 성과는
4. 국민 기업을 금쪽이로 만든 것들
※14일 발행될 『카카오 리포트 ② - 미래편』에서 이어집니다.
1. 길 잃은 카카오
위기란 말을 달고 사는 카카오, 대체 어떻길래. 잘나가던 시기를 먼저 보자.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 상장과 함께 그룹 시총은 10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불꽃은 금세 식었다. 불과 1년 후 시총 70조원가량이 증발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①얼마나 안 좋나
흑자는 냈지만: 가장 최근 나온 성적표는 지난 7일 공개된 카카오의 올 3분기 실적이다. 분기 매출(1조9214억원)은 전년 대비 4% 감소했는데 영업이익(1305억원)은 5%, 순이익(785억원)은 113% 증가했다. 상황이 좋은 걸까? 아니다. 영업비용을 대거 줄인 덕분이었다.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 현재,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AI와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에서 실적을 제대로 내는 곳이 없다. 한때 시총 규모에서 앞서기도 했던 경쟁자 네이버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역대 최대인 52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더 초라한 상황이다.
예전엔 달랐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어두운 면이 더 두드러진다. 2021년 3분기 카카오 분기 매출(1조7408억원)은 전년 대비 58%, 전 분기 대비 29% 증가했고, 영업이익(1682억원)과 순이익(8663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40%, 503% 증가했다. 카카오의 근본인 카카오톡 톡비즈 광고가 실적을 이끌었고 카카오뱅크·페이·모빌리티 등 1기 성장 엔진이 쌩쌩 돌아갔다. 페이가 상장하고,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처음 흑자를 낸 해였다.
②장기화된 재앙, 해결은?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실적 부진 배경엔 리스크가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겹쳐 온다)이란 말을 증명하듯 온갖 악재가 이어졌다. 미래를 만들기보단 과거 수습에 급급할 수밖에 없던 상황. 경영 일선을 떠나 있던 김범수 위원장이 지난해 돌아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와 독립 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를 중심으로 강력한 쇄신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카카오 본사 한 직원은 “수습된 게 없이 시간만 지나고 있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노력했지만 단기간에 바뀌긴 어렵다. 골든타임이 지난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③절정 치닫는 사법 리스크
끝 모르는 수사: 그사이 사법 리스크는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김 위원장이 구속돼 약 100일을 갇혀 있다 지난달 3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나 검찰은 채 1주일이 안 된 지난 5일부터 콜 몰아주기 등 수사를 위해 본사와 카모를 사흘 동안 압수수색했다. 전직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끼리는) 카카오에 일어날 수 있는 더 나쁜 일은 이제 부도밖에 안 남았다. 부도가 날 확률은 낮으니 지금이 바닥이란 얘길 한다”고 말했다. “바닥에 계속 머물지 치고 올라갈진 알 수 없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2. 장밋빛 미래 꿈꾼 리즈 시절
카카오가 한국 모바일 시대를 열어젖혔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한때 ‘국민주=카카오’였다. 2017년 나란히 독립한 카카오뱅크(1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페이(MAU 2400만 명 금융앱), 카카오모빌리티(중형택시앱 일반호출 점유율 96%) 등이 카카오톡과 함께 카카오 왕국의 근간을 만들었다.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펜데믹 시기, 카카오톡 수익화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과감히 쏟아부었다. 우려보다 희망이 지배했던 시기였다.
새 성장동력 엔·브·헬: 2022년 8월 4일, 카카오는 엔터프라이즈(엔터프)·브레인·헬스케어 등 3개 계열사를 ‘뉴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이날 진행된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배재현 당시 수석부사장(최고투자책임자)은 “클라우드·AI·헬스케어 같은 기술 기반 신규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로 상반기 누적 826억원 규모 영업 손실이 기록됐다”면서 “이런 투자는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아낌없이 준 꿈나무: 실제로 뉴 이니셔티브에 적잖은 자금이 투입됐다. 카카오가 세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출자한 자금은 약 5434억원이고, 2022년과 지난해 엔터프에 빌려준 돈(2000억원)까지 합치면 7434억원을 아낌없이 쏟았다. 카카오 본사 한 관계자는 “미래 사업의 축을 AI와 그 인프라인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으로 잡고 과감한 투자 결단을 내린 건 당시에도, 지금 돌아봐도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그걸 잘못됐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