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투데이 한지혜 기자]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하여 기존 컴퓨터보다 더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양자 컴퓨팅의 발전이 비트코인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 시각)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지난 9일 아이셰어즈 비트코인(IBIT) 등록 서류 업데이트에 양자 컴퓨팅이 비트코인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포함시키며, 디지털 자산과 신기술 사이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블랙록은 서류에서 "양자 컴퓨팅 기술이 발전할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암호 알고리즘의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블랙록이 IBIT 공개 문서에서 양자 컴퓨팅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첫 사례다.
IBIT는 현재 약 640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물 비트코인 ETF로, 1월 출시 이후 전례 없는 투자 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하는 첨단 분야다. 특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공개키 암호화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양자 컴퓨터가 현실화될 경우 지갑 해킹이나 트랜잭션 위조와 같은 심각한 보안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세이퍼트(James Seyffart) 애널리스트는 "ETF 규제 서류에는 모든 가능성 있는 리스크를 기재해야 하며, 이 같은 조치는 일반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가능성이 낮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투자자에게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TF 시장은 우려와는 달리 강세를 보이고 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시 이후 비트코인 ETF에는 누적 4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 역시 "ETF 순유입은 시장 신뢰의 결정적 지표"라며, "세계가 끝난다고 했던 시점 이후 이렇게 빠르게 고점을 경신한 것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양자 기술의 위협에 대한 우려는 업계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 테더(Tether)의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지난 2월, "양자 컴퓨터가 비활성 비트코인 지갑을 해킹해 유실된 코인을 다시 유통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심지어 사토시 나카모토의 지갑도 해킹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양자 기술의 등장이 비트코인 공급에 구조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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