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S 멈춘 한국(상)] '지능형 도로망' 첫발도 못 떼…10년째 제자리

2025-11-25

차세대 국가 인프라로 각광받던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사업이 위기다. 기술 실증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확산을 앞둔 상황에서 내년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전자신문은 C-ITS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안전하고 똑똑한 도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대응방법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전국 구축 작업이 멈춰섰다. 통신방식 확정에 이어 올 상반기 실도로 실증까지 마무리됐지만, 정작 내년 추진키로 한 본사업에 예산은 반영되지 못했다. 기술 검증은 끝났지만 정책 추진은 멈춘 모양새다.

25일 관련 업계와 국토위에 따르면 내년 국토교통부 정부 예산안에 C-ITS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그동안 C-ITS 사업은 지역 단위로만 이어졌다. 서울·제주·울산·광주 등이 교통 혼잡 구간과 도심 주요 교차로 등에 서비스를 시범 적용했고, 경부선과 수도권 일부 고속도로에도 노변장비가 설치됐다. 대전-세종 구간에서는 초기 시범 구축이 이뤄졌고 이후 개선 실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업은 모두 한정된 지역과 구간을 대상으로 한 검증 수준이었다.

정부가 처음 C-ITS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내놓은 것은 2015년이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후 2019년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에서 2027년까지 주요 도로 적용 목표가 제시됐고, 2021년 '지능형교통체계 기본계획 2030'에도 C-ITS 항목이 포함됐다. 2022년 국토부가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서는 실증 이후 전국 확산까지 이어지는 그림이 제시됐다.

2023년에는 국내 C-ITS 통신방식이 LTE-V2X로 정해지기까지 했다. 올해 상반기 대전·세종과 판교-신갈 구간에서 진행된 실도로 시험에서는 주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동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 과정을 사실상 실증 마무리 단계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전국 확대를 위한 후속 절차는 마련되지 않았고 예산도 이어지지 않아 사업은 검증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지지부진한 상황과 달리 해외에서는 C-ITS 확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유럽은 C-Roads를 기반으로 국가 간 상호운용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고, 폭스바겐을 비롯한 완성차는 Car2X 기능을 적용한 차량 양산을 늘리고 있다. Euro NCAP은 내년부터 연결성 기반 안전 기능을 신차 평가에 포함한다. 미국도 연방 차원의 V2X 배치 계획을 제시했고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9GHz 대역에서 C-V2X 장비 운용을 허용했다. 중국은 C-NCAP 개편을 통해 관련 평가 항목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전국 구축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증이 길어지면 교차로 충돌 방지·보행자 보호·긴급차량 우선신호 같은 핵심 서비스가 현장 확대까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은 이미 현장 검증까지 끝났는데 정책 지원 신호가 끊기니 기업도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면서 “이제는 기술 개발이나 실증 단계를 넘어 구축 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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