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터지자 황금 323t 사들인 中정부 …개인 금괴 매입도 올해 23% ↑

2025-10-07

중국 중앙은행이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 만에 황금 322.62t을 사들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추가 매집을 전망했다. 황금 보유량 확대뿐만이 아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9개 부처는 지난 6월 23일 ‘황금산업 고품질 발전 추진계획(2025~2027)’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금·은 생산 5% 확대를 예고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세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금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세계 1위인 중국에서 정부와 개인의 쌍끌이 ‘골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을 배경으로 글로벌 화폐 시스템에서 달러의 독점 국면이 흔들리면서, 황금이 유로를 넘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으로 올라섰다. 세계황금협회(WGC)가 올해 7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앙은행 금 구매조사’에 따르면 95%가 향후 1년 안에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는 금 현물 가격이 1온스(28.35g)당 3825.3달러(약 539만원)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45.4%를 넘어섰다.

中 외환보유고 황금 비중 3.36% → 7.64% 급증

역대 중국의 금 보유는 계단식으로 증가해왔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952년 500만 온스(141.7t)에 불과했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1950년대 말 전국을 휩쓴 대기근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 구매에 금을 사용하면서 85t으로 줄었다. 이후 359t대를 유지하던 금 보유량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1년을 거치며 546.9t으로 확대했다. 이후 2009년, 2015년, 2019년 세 차례 금을 매입하면서 1775.8t으로 확대했다.

이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금 보유량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해 11월 29.2t 구매가 시작이었다. 이후 2024년 4월까지 288t을 사들였다. 이어 5~10월 금 구매를 잠시 멈췄던 중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11월부터 다시 금 매집에 나섰다. 지난 8월까지 10개월 동안 34.59t이 늘었다. 종합하면 지난 2022년 10월 1775.81t(6264만 온스)였던 황금보유량을 지난 8월말 2098.43t(7402만 온스)으로 총 322.62t 확대했다. 3년 만에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104.4t의 세 배 이상을 사들인 셈이다. 한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 2013년 이후 12년째 그대로다.

같은 기간 중국의 외환보유고에서 황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두 배 이상 늘었다. 2022년 10월 중국의 전체 외환보유고 3조524억 달러에서 황금 비중은 1026.7억 달러로 3.36%였다. 지난 8월에는 3조3221억 달러 가운데 2538.4억 달러(약 357조원), 7.64%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선진국 평균 26.89%과 큰 격차…金 매입 계속할 듯

하지만 선진국의 황금 보유량과 비교하면 중국의 금 매집은 계속될 전망이다. WGC에 따른 중국의 황금 보유량은 미국(8133.46t), 독일(3350.25t), 이탈리아(2451.84t), 프랑스(2437t)에 이어 세계 5위다. 외환보유고에서 황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위에 불과하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은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금 보유를 늘리는 추세”라며 “이는 세계적인 장기 추세일 뿐만 아니라 특히 러 우 전쟁 이후 러시아의 자산 동결을 본 중국이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의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의 금 보유량 확대와 관련해 “미국·영국·유럽 등 기축통화국의 금 보유 비중에 접근하고, 미 달러화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미국의 러시아 금융 제재에 따라 미국 국채 외에 안전자산 확보의 필요가 더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금 채굴 2027년까지 5% 확대…민간 거래는 규제

중국은 올해 들어 금과 관련된 여러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금의 자금세탁 기능을 차단하면서 금 거래 시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규제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중국은 지난 2007년 270여t의 금을 생산하며 109년 동안 세계 금 생산 1위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 됐다. 최근에는 연간 300~400여t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연자원부, 상무부, 응급관리부, 국무원국가자상관리위원회, 해관총서, 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광산안전감독국 등 9개 부처는 ‘황금산업고품질발전실시방안(2025~2027년)’을 발표했다. 방안은 2027년까지 금 자원량을 5~10% 증대하고, 금·은 생산량을 5% 이상 증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루 금광석 처리 500t 이상인 광산이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재편하겠다며 사고가 빈발하는 영세한 금 광산을 대형 광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민은행은 지난 6월 30일 10만 위안(1972만원) 이상의 황금이나 백금 거래는 신고를 의무화하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인민은행은 해관총서와 함께 금 수출입 허가를 더욱 엄격하게 강화했다.

中 민간 금 보유량 세계 1위…미국 1.5배

당국의 규제에도 중국 민간은 자산으로 황금을 선호하는 추세다. 중국황금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금 장신구 소비량은 199.826t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6% 감소했지만, 골드바와 금괴 소비는 264.242t으로 23.69% 증가했다. 중국 황금산업 뉴스를 전하는 중국황금망은 2023년 기준으로 민간 금 보유량을 1만2349t으로 집계했다. 이는 증극 정부 보유량의 5.88배일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 보유량 8133.46t의 1.5배에 이른다.

다만 향후 금값 추이는 전망이 엇갈린다. 장위(張瑜) 화촹(華創)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신흥시장이 황금보유량을 현재 평균 8.87%에서 선진국 평균인 26.89%로 확대한다면 연간 1만5000t의 황금이 필요한 데 이는 2024년 세계 황금 생산량의 4~5배”라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셔(Fisher) 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은 중국 경제지 차이신에 “금값 상승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자의 차익 실현과 시장 심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이 금의 위험 회피나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금 추격 투자에는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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