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요 카드사 여섯 곳(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총 5536억원으로 전년 동기(6484억원) 대비 14.6% 감소했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1851억원)보다 26.7%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1391억원에서 845억원으로 39.3%, 현대카드는 638억원에서 614억원으로 3.8% 감소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지난 1분기 1844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1779억원)보다 3.7% 늘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546억원, 330억원으로 전년(535억원, 290억원)보다 2.1%, 13.8% 성장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배경으로는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가 꼽힌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신용카드 기준 우대수수료율은 0.40~1.45%로 지난해까지 적용된 0.50~1.50%보다 더욱 낮아진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체크카드의 경우 0.15~1.15%다. 이는 전체의 95.8%에 달하는 가맹점 302만7000곳에 적용돼 사실상 카드로 인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을 확대해왔으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카드사의 연체율(카드 대금·할부금·카드론·리볼빙·신용대출 등 연체 1개월 이상 기준)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카드로 2.15%를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0.28%포인트(p) 오르며 10년 만에 2%대를 돌파했다. 지난 2015년 1분기에 2.07%를 기록한 바 있다.
우리카드가 직전 분기 대비 0.43%p 오른 1.87%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카드는 0.30%p 오른 1.61%로 2014년 말(1.62%) 이후 가장 높았다. 신한카드는 0.10%p 오른 1.61%, 삼성카드는 0.03%p 오른 1.03%, 현대카드는 1.21%로 0.13%p 상승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129명이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말(10만8817명) 대비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71만1688명(50.9%)에 달했다.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비은행권에서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79만2899명으로 1년 새 7.0% 증가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대손비용을 늘리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떼일 우려가 있는 대출 자산에 대한 예상 손해액을 미리 적립해두는 것을 말한다. 대손비용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적립 규모만큼 순이익이 줄어든다.
KB국민카드는 1분기 2847억원을 쌓으며 전년(1944억원)보다 46.5%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38.6% 증가한 894억원에서 1239억원, 신한카드는 13.8% 증가한 2557억원이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경우 988억원, 13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 9.0%, 6.6%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카드사마다 각종 금융비용을 선반영하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해 실적이 나빠진 면이 있다"면서 "올해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