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전환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업계의 AI인재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고 설계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컸던 이전과 달리 당장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실행할 수 있는 ‘실전형 AI 플레이어’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자리 걸음을 걷다 보니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26일 IT솔루션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AI 분야 경력직 인재를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올해를 AI 전환(AX)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연말까지 채용과 교육을 통해 AI인재 1000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모집 분야는 AI사이언티스트, AI 프로젝트 매니저(PM), AI아키텍트 등 11개 부문으로, 주로 AX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들을 구한다. AI사이언티스트의 경우 AI에이전트 등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X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AI PM의 경우 AX 서비스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LG CNS는 올해 1분기 AI 전환·클라우드 부문 매출 비중이 59%에 달하는 등 금융·공공·제조 영역에서 AI 전환 관련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LG CNS 관계자는 “AX 주요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핵심”이라며 “대학교와는 산학협력을 통해 좋은 인재들을 입도선매하고 경력직 또한 대대적으로 채용해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I 분야에서 배출되는 모든 인재를 싹쓸이하겠다는 생각으로 LG CNS는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와 협약을 맺고 ‘AX 인재양성 트랙’ 제도도 마련했다.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학비와 생활 보조금을 지원한 뒤 이후 입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유사한 프로그램을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와도 진행하고 있다.
신입 사원 채용부터 AI인재 모시기에 나선 것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SK C&C는 내달 1일부터 사명을 SK AX로 바꾸고 IT서비스 업체에 머무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AI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내달 17일까지 모집 중인 SK AX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는 AI·데이터 분야를 전공하거나 석사 학위를 보유한 인재의 경우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한다. 특히 실전형 인재를 뽑기 위해 AI 활용도 테스트를 도입해 기존의 전형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실무 역량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CJ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일찍부터 AI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2021년부터 신입 공개 채용에 AI 엔지니어 직군을 신설해 AI 인재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현재도 AI플랫폼 엔지니어와 AI 사업개발 분야의 경력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토에버(307950)도 지난해 장연세 SDx센터장과 박상수 혁신전략컨버전스사업부장을 영입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AI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현재도 비전 AI 모델, AI 에이전트(agent) 개발 등이 가능한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AI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일반 엔지니어에 비해 30~50% 정도 높게 책정된다. 전문성이 높은 인재의 경우 두 배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지만 인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2023~2027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AI 인재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의 격차는 1만 2800명에 달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급 격차는 더욱 크다. 한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AX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프로젝트도 늘고 기업의 방향 전환도 빠르게 바뀌는데 인력 수급은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인력 모시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I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AI 엔지니어로 재교육하거나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 손해인 업스테이지 AI교육 총괄은 “이전에는 AI연구자나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엔지니어들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면서 동시에 만들어진 모델을 잘 활용하고 이를 잘 제공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기업마다 부트캠프를 통해 교육을 하자는 등의 다양한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