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추진…‘공공성 강화’인가, ‘플랫폼 견제’인가

2025-04-23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인중개사의 법정단체 지정을 공식적으로 촉구하면서, 부동산 시장 제도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협회는 전세사기와 직거래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개사의 공공적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프롭테크 업계는 법정단체 지정을 통해 특정 단체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될 경우, 디지털 기반의 혁신 서비스와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시장 신뢰 회복, 직거래 피해 대응, 중개 플랫폼과의 공존 방안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정책 방향에 대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정부의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양측의 조율 가능성과 제도 설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 “공공성 확보 위해 권한 필요”

협회는 “전세사기 급증, 직거래 피해 확산 등으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내부 감시·교육·징계 권한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협회장은 “현 체제에선 불법 중개에 대한 실질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협회를 법정단체로 지정해 최소한의 자율 규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회는 올해부터 자체 개발한 부동산 가격지수 ‘KARIS’를 본격 시행하며 시장 정보의 공신력 확보에도 나섰다. 실거래 기반의 KARIS는 최근 한국부동산원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공식 지표로 국민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프롭테크 “법정단체는 혁신 저해”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I·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는 시대에 법정단체 지정은 시대 역행”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협, 변협 등 기존 법정단체들이 신규 기술 도입에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공인중개사협회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협회가 과거 플랫폼 이용 중개사들을 배제하거나 고소·고발을 반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법정단체 지정 시 협회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어 혁신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법정단체화는 의무가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프롭테크 기업과 중개인 모두에게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플랫폼과의 갈등 전력, 제도화 이후 확대 우려

프롭테크포럼은 협회가 과거 프롭테크 플랫폼 사용을 이유로 중개사 회원을 제재하거나 배제한 전례를 예로 들며, 제도적 권한이 부여되면 이 같은 행위가 공적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과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일부 지부가 프롭테크 플랫폼을 사용하는 중개사들을 협회 활동에서 배제하거나, 플랫폼 기업에 대해 고소·고발을 진행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경험을 비춰볼 때, 법적 권한이 부여될 경우 유사한 권한 행사가 제도적 정당성을 얻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역 단위에서 비공식적 압박이 반복됐던 만큼, 법정단체화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협회의 법정단체화가 현실화될 경우, 자유시장 경쟁보다는 권역별 통제 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프롭테크 업계의 주요 우려다.

◇프롭테크 “상생 가능…제도적 안전장치 필수”

프롭테크포럼은 “협회와의 상생 채널은 열려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논의는 신뢰 회복과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협회가 주장하는 상생의 전제조건으로 불공정 관행 방지를 위한 협의체 설치, 중개사법 내 제재 조항 명문화 등 구체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전세사기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사기에 연루된 중개사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협회가 법정단체화를 요구하기 전, 내부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논의, 국회·정부로 확대 전망

협회는 향후 국토교통부 및 국회와의 협의체 구성을 통해 법정단체 지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IMF 이후 민간화된 공인중개사 제도는 이제 사회적 책임과 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공인중개사는 국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롭테크 업계는 제도 개선 논의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특정 단체에 권한이 집중되는 방식이 아닌 대안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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