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혹여라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 달라고 권유한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 지도자들이 갑자기 만나게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도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주 오랫동안 잘 참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왔기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국의 제조업 재건 노력을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대해선 “우리는 서로 다른 이념과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의 관계는 칼로 깨끗이 자르듯이 ‘이 나라는 우리의 친구이고, 저 나라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정기관들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그야말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기강 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사정기관 공직자들이 질서 유지와 사회 기강을 확립하는 데 쓰라고 맡긴 공적 권한을 동원해서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을 덮어버리거나, 아니면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서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철저히 그 진상을 밝히고, 그 잘못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례를 대통령실이 직접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여권 관계자는 “엄희준 검사 또는 박상용 검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국감에 출석해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등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문 검사는 이날 국감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엄 검사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 검사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도 맡았었다.
민주당은 그간 박상용 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중 검사실에서 술자리를 벌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날 국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박상용 검사실 1313호 영상 녹화실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맞섰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사태를 포함한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초국가범죄 특별대응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