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경영 전념 여건 마련”…위기 타개ㆍ글로벌 경영 행보 본격화 전망
[화이트페이퍼=이승섭 기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지난 8년간 옥죄던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이에 이 회장도 그간의 '경영 족쇄'에서 벗어나 삼성의 위기 극복과 '세상에 없던' 신사업 발굴을 비롯한 ‘뉴 삼성 경영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에서 해소된 이 회장이 '뉴삼성'을 본격 가동하며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앞서 작년 11월 25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례 없는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의 타격이 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고공행진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범용(레거시) 메모리 부진과 HBM 납품 지연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작년 한해 영업이익은 15조10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 원)와 견줘 큰 차이를 보였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도 가전과 스마트폰까지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수조 원대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사상 첫 노조 파업을 겪은 데 이어 노사 갈등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지출 중단 움직임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도 더욱 커진 형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향후 대규모 투자와 혁신으로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아직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이 회장이 역량을 집중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재판 준비와 출석 등으로 해외 경영 행보에도 일정 부분 제약이 있었던 만큼 향후 경영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에 방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글로벌 빅테크 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역량을 총동원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몰두하는 동안 이 회장은 재판 준비 등에 상당 시간을 빼앗겼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총 107회 열린 1심 재판(선고기일 포함)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이후 진행된 2심 재판에도 이날까지 모두 6회 출석했다.
통상 설·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해왔지만, 2심 선고를 앞둔 이번 설 연휴에는 해외 출장 대신 국내에 머무르며 차분히 경영 구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며 2023년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은 1년 만에 3번째 수장을 맞이하는 등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회장이 그간 강조해 온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앞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 화두를 던졌는데 그 제품이 아마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업부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작년 연말 인사에서 기대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못한 것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꼽히기도 했다는 점을 들어 향후 과감한 쇄신 인사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이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관측된다. 삼성은 작년 말 인사에서 복합 위기 타개 방안 중 하나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