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부터 회복…제2 프랑크푸르트 선언 나와야"

2025-02-03

“이건희 선언에 버금가는 이재용 선언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4년 5개월 만에 경영 족쇄를 벗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 삼성’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의 미래를 바꿔 놓은 만큼 이를 능가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 회장이 중심이 돼 지연됐던 미래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3일 흔들리는 삼성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결단과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삼성그룹이 예전과 같은 공격적이고 분명한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 52시간제, 개인주의, 근로 의욕 저하 등 여러 면에서 전환점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IMF 이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 각오를 달리 하는 조직 문화 혁신 등과 대대적인 혁신 카드가 없다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요즘 삼성을 두고 전체적인 목표를 위해 일치 단결해 화합하는 예전의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모두 각개약진하는 분위기로 퇴화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삼성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구심이 돼 조직 협력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회사를 향한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반도체 같은 주력 산업에서 초격차를 회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정상화에 더해 바이오 등 주력 사업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투자의 골든타임도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약 10년간 빅딜이 없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고성장이 예견되는 미래 기술 경쟁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삼성이 설탕·옷감 팔다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옮겨 왔고 오늘의 기업을 만들었는데 최근 10년을 보면 사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게 현재 삼성이 왜 정체돼 있었느냐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만의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도 스마트폰 등에서 AI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갖다 쓰고 있는 상황인데 AI·로봇 등에서 차기 먹거리가 될 사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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