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주도해야 ‘코메리칸 파워’ 시대 열린다

2025-02-03

<신년기획> 한인 경제 새 성장동력 찾아라 <하>

1세대 스몰비즈니스 탈피 벤처·창업 생태계 구축 시급

기업가 정신으로 AI시대 빠른 변화 능동적 대처 바람직

“한인 로우테크 사업가들 차세대 지원 시너지 효과 기대”

열한 살 때 가족이 시카고로 이민을 왔다. 세탁소와 공장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보며 컸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다 펀드투자에 뛰어들게 됐다. 쿠팡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한국 굴지의 IT기업을 발굴한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 창업자 한 킴(한국명 김한준)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가 실리콘밸리(SV)에서 한국기업에 처음 투자했던 때가 20여년 전이다.

시간이 흘렀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수백명 규모의 한인 창업 커뮤니티가 북가주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지서 생겨났다. 이젠 한국 기업 투자를 넘어 미국 내에서 차세대 한인 유니콘이 나와야 할 때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VC인 A2G캐피탈의 공경록 대표 파트너와 한인 여성 최초 스탠퍼드 의대·공대 종신 교수이자 바이오 스타트업 엘비스(LVIS) 창업자 이진형 교수를 최근 각각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이진형 교수는 “선점 효과와 승자독식 구조의 첨단산업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커뮤니티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대기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다. 그는 “부모세대는 의사, 변호사하면 성공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AI기술이 대다수 직업군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모두가 구직자 정신이 아닌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의 안정성은 낮아졌지만, 잠재력은 커졌다. 특히 미국 테크산업이 그렇다. 공경록 대표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되며 인터넷 인프라 사업분야에서 중국기업이 대거 빠져나갔다”며 “트럼프 2기엔 해외기업 견제가 더 강화될텐데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히려 안전지대인 ‘태풍의 눈’(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기업에 투자하는 알토스벤처스와 달리 미국 내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VC 3세대 모델을 만든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국내 창업 후 한국을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용하는 이스라엘 모델이 더 보편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 이진형 교수의 스타트업 엘비스는 AI 기반의 뇌파 검사(EEG)를 통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진단하는데, 대구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이 교수는 “본국(한국)과의 관계를 레버리지 삼을 수 있는 것은 한인만의 특권”이라며 “인력 조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과제는 부족한 네트워크 해결이다. 한국계 스타트업·투자자 모임인 팔로알토 리더십‘포럼을 이끌기도 한 이 교수는 “타 민족에 비해 커뮤니티의 저력이 턱없이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코리안 커뮤니티 전체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는 일꾼이 나오곤 있지만 한인사회 전반의 성숙도가 부족하다”는 성찰이다.

삼성 주재원으로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했다는 공 대표는 “주재원 2~3년 파견으로는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에 속할 수 없다. 커뮤니티 일원이 되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며 “그래도 1세대 한인 로우테크 사업가들이 후배 성공을 돕자는 마음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10년안에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탄탄히 자리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첨단 기술 산업 분야가 아니더라도 뷰티 서플라이 매장을 효과적으로 키운 이민 1세대 경험이 신산업 분야의 교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 폐사율을 줄이는 축산 데이터 인공지능(AI) 한국기업이 미주 한인 농부들과 협업시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며 대기업의 가려운 곳을 신생기업이 긁어주는 식으로 파트너십이 활성화될 여지도 커졌다. 이 교수는 “덩치가 큰 대기업은 오히려 미국 진출 후 사업 변화가 더디다는 점에서 취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 이때 민첩한 신생기업과 지식, 자원 교류를 늘린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며 전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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