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 콘텐츠CIC)의 분사를 결정했다. 최근 익명 게시판 등에서 분사 의혹이 제기되다가, 지난 13일 카카오 콘텐츠CIC 직원 간담회에서 기습 발표가 이뤄졌다. 관련 구성원들의 우려를 자아냈고, 곧 노조 반대에도 부딪혔다. 노조는 약 1000명이 고용 불안에 놓였고, 아무런 논의가 없던 사측의 일방 통보라고 목소리를 냈다.
직원 간담회 내용대로면 내달부터 관련 인원들이 카카오에 잔류할지 분사할 콘텐츠CIC로 옮길지 등 절차를 밟는다. 회사는 다음지원센터를 열어 인수인계를 진행해 최종 분사 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이번 ‘그게 뭔가요’ 기사는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 그 중에서도 포털 역사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했던 다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제 카카오 울타리에서 벗어나 각자도생해야 하는 다음의 처지는 3월 18일자 카카오톡 15주년 소식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참고기사: 어느덧 15살…카카오톡, 올해 혁신 원년으로>
‘웹메일에 카페까지’ 잘나갔던 다음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포털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바꿔 말하면 포털 잔혹사의 정점인 시기였다. 치열한 각축전 끝에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프리챌, 네띠앙, 한미르 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음(운영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네이버와 함께 양대 포털로 자리 잡았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다음이 앞장섰고, 네이버가 쫓아갔다. 다음은 대한민국 최초 웹메일인 한메일 서비스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커뮤니티 서비스인 다음 카페로도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그러던 중 2002년, 2000만명을 넘긴 압도적 이용자수 1위였던 한메일의 유료 정책 시행은 인터넷 역사를 바꾼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된다. 1000통 이상 발송 시 1통당 10원을 부담시키는 유료 정책은 한메일 보이콧을 일으켰고, 이용자들이 타 서비스로도 대거 옮겨가는 사태를 불러왔다.
다음은 2000년대 중반까지 포털 최강자로 불리다가 한메일 유료화 실책 여파와 네이버가 지식인 등 신규 서비스로 치고 올라오면서 최강자 위치에서 내려왔다.
카카오와 합병…제2의 전성기를 꿈꿨으나
2014년 8월 26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합병법인 ‘다음카카오’ 출범을 알렸다. 합병을 승인하는 주주총회 전날, 양사가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였다.
다음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카카오와 합병하는 이유로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트래픽을 활용한 인터넷 사업 성장성 확보’하고 ‘다음의 전문화된 인력과 기술력·콘텐츠·플랫폼을 활용하여 카카오의 모바일 정보·생활 혁신 가속화’를 명시했다.
그러나 사업 전개는 예상과는 달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다음 검색 점유율을 올려라”는 주문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병 2년 만에 다음의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졌다. 당시 코리안클릭 집계 기준, 합병 전 20%대 포털 다음의 시장 점유율이 합병 후 15%선까지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내리막이었다.
당시 회사는 포털 다음보다는 카카오톡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메신저를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에 지금의 카카오톡은 쇼핑에 결제, 음악, 게임,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을 더해 덩치가 커졌다.
그 와중에 포털 다음의 점유율은 더욱 미미해졌다. 그러다가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하는 결단을 내린다. 당시에도 계륵이 된 다음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측이 제기됐다.
<참고기사: [심재석의 입장] 카카오는 ‘다음 포털’을 버릴까>
인터넷트렌드 3월 검색엔진 집계에 따르면 다음 점유율 평균은 2.77%다. 네이버(65.37%), 구글(27.04%)은 물론 MS빙(3.14%)에도 밀렸다. 웹메일 유입량 집계에서 네이버 메일은 59.65%인 반면, 다음 한메일은 0.27%로 서비스 명맥만 남았다고 볼 정도의 점유율을 보였다.

각자도생 다음의 미래는
업계에서도 다음의 장밋빛 미래보다는 가시밭길을 예견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웹메일은 물론 검색 포털로도 점유율이 미미하다. 맨땅에 헤딩 정도의 도전 없이는 서비스를 일구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한때 1위였던 다음이 이 같은 상황에 봉착한 것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 크다는 불만이 제기되나, 카카오를 벗어나서는 그러한 목소리를 낼 마땅한 대상도 없어진다.
카카오 노조는 ▲조직내 아무런 논의 없이 당일 간담회에서 분사를 일방 통보 ▲포털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지분 매각까지 염두에 둔 상태로 일단 분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점 ▲조직도상 직접 관련 대상자 최소 800명 이상, 간접 업무 관련자를 포함하면 약 1000명의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점 ▲분사와 관련한 직원 처우나 고용안정, 향후 서비스 운영 등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태인 점을 들어, 오는 19일 노조 집회와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희망퇴직, 권고사직과 같은 구조조정이 매년 진행되고 있음에도 카카오 그룹 경영진은 근본적인 쇄신을 하지 않고, 임금교섭을 거부하며 또다시 분사, 매각과 같은 방식으로 손쉬운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