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경쟁 중인 중국과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 등 첨단기술 인재를 두고도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근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중국이 첨단 인재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공계 박사 학위자 수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선다. 지난 1월 공개된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과학·공학(S&E)박사학위자를 미국보다 1.5~2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2021년 기준).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집계한 연도별 S&E 박사학위자 추이에서 중국(4만1890명)은 2019년부터 미국(4만1333명)을 추월했다.

중앙 정부가 주도해 엘리트 양성 계획을 짜고, 지방 정부들이 지역 명문대와 결합해 인재와 산업을 육성한 게 비결이었다.
그 결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전공자는 2018년 35개 대학 1232명에서 지난해 535개 대학 4만3333명 규모로 7년간 35배 이상 늘었다.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4조원을 기록한 스타트업 문샷AI나 바이촨 등은 베이징대·칭화대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파격적인 조건을 걸며 해외 두뇌도 흡수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반도체연구소는 지난해 ‘해외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한’ 청년 인재 유치를 하며 ▶연봉 75만 위안(약 1억5000만원) 이상 ▶연구비 최대 900만 위안(17억6000만원) ▶정착 보조금 150만 위안(3억원) ▶자녀 학교 입학 및 배우자 구직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2010년 미국에 있던 중국계 과학자 중 900명(전체의 48%)이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2021년엔 2621명(67%)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위기다.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는 정보효율부(DOGE)는 지난 2월부터 NSF의 연구비 목록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항공우주국(NASA) 예산 50% 삭감, NSF 직원 50% 감축 등을 고려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3월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박사후연구원(Postdoc) 690명 중 548명(79.4%)이 ‘미국 탈출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