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사장은 휘발유 부었다…‘키코 피해자’ 조붕구 생존기

2024-10-31

혼자만 망하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회사가 부도나자 협력 업체 60여 곳이 도미노처럼 휘청거렸다. 그중에 6곳은 결국 무너졌다.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돈 달라”며 찾아온 협력 업체 대표도 있었다.

“그분이 라이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우리 공장장이 그걸 막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몰라요.”

온전히 재기하는 건 창업보다 10배는 더 어려운 거 같다. “이것저것 돈 되는 것을 팔아서 법정관리는 1년여 만에 졸업했지만” 지금도 ‘회복 중’이고 ‘도전 중’이지만, 회복한 건 아니다.

“창업보다 재기가 어려워…아직 회복 중”

조붕구 코막중공업(현 코리아 머신) 대표가 털어놓는 지난 15년 인생 스토리다. 그는 ‘키코 사태’의 한복판을 지나온 기업인으로 첫손에 꼽힌다. 여전히 ‘키코 후유증’을 앓는 중이기도 하다.

2008년 수출 중소·중견기업은 시중은행과 맺은 통화옵션계약(키코) 때문에 날벼락을 맞는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에 계약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수십~수백억원대 피해를 본 것. 미리 계약한 환율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손해를 보면서 달러를 팔아야(콜옵션) 하는 상품 구조 때문이다. 업계 추산으로 980여 개 기업이 4조원대 손실을 입었다. 피해 단체는 “이 가운데 최대 60%는 주인이 바뀌거나 도산했다”고 주장한다.〈하단 기사 참조〉

유압 브레이커와 중장비 부품을 생산해 주로 해외로 내다팔면서 ‘성장 콧노래’를 부르던 조붕구 대표도 직격탄을 맞았다. 북미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60여 개국에 진출하면서 35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호시절이었다.

“주력 제품인 유압 브레이커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퉜습니다. 사업을 시작했던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내 1000평 부지가 좁아져 충북 음성에 2만7000평을 매입해 공장 건설을 시작했어요.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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