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바이오제약 "30여개 벤처투자가 '연결 고리'…토털 헬스케어 기업 만들 것"

2024-10-09

약 30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제약사가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아닌 국내 중견 제약사 동구바이오제약(006620)이다. 지난 4월에는 결핵치료제·면역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큐리언트에 100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아직 조 단위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해마다 매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중견 제약사에 머무르지 않고 예방·진단·치료·관리 등 토털 헬스케어를 구축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연결’에 중점을 두고 ‘점-선-면-입체’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되며, 면이 합쳐지면 입체가 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연결 고리를 통해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1992년 창업주인 고(故) 조동섭 회장의 병세가 악화되자 학업을 중단하고 어머니 이경옥 회장을 돕기 위해 경영에 뛰어들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유학과 일본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으려고 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목숨보다도 회사가 더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회사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 도약하는 꿈을 실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 대표가 대표에 취임한 2005년 이후 동구바이오제약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2014년 전통 제약사를 넘어 혁신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동구바이오제약으로 사명까지 변경했다. 2018년 2월에는 설립 48년 만에 기업공개를 하며 늦깎이 상장 제약사로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줄기세포 기술로 의료기기 및 화장품 등을 개발해 코스메슈티컬 분야는 물론 위탁생산(CMO) 분야까지 진출하며 54년의 전통을 가진 탄탄한 중견 제약사로 자리잡았다. 실적도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은 2007년 300억 원대에서 지난해 2000억 원을 돌파하며 약 7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한 125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피부과 전문의약품(ETC) 처방에서 1위, 비뇨기과 ETC 처방에서 5위를 기록한 성과가 반영됐다. 피부과 처방약 부문에서는 2013년부터 1위를 유지하고 있고 거래율이 91%에 달하는 등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비뇨기과 처방약은 씨티씨바이오·동국제약 등과 협력해 개발한 신규 복합제 ‘구세정’과 내년 출시 예정인 ‘유로가드’ 등을 내세워 비뇨기과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내과 분야에서 너무 많은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장에서 전환점을 모색하려 했다”며 “매출 성장의 비결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전문화에 있으며 피부과와 비뇨기과 분야에 집중한 전략이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타깃할 수 있는 질병이 많은 이비인후과는 5위, 내과는 30위 안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가 동구바이오제약 경영을 맡은 지난 30년간 성과뿐만 아니라 여러 도전도 있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017년 글로벌 빅파마와 특허 소송를 벌여 1심에 패소했지만 2심에서 결국 승소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개량 신약 개발, 공동 생동성 시험 규제에 대해서는 생동성 시험에 대한 투자로 대응했다. 여기에는 본사 입구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그러나 된다’ 정신이 작용했다. 조동섭 선대 회장이 늘 강조한 경영 철학이다. 조 대표가 결단력 있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같은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말은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의 뜻과 ‘지금은 힘들지만 결국 해내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며 “동구바이오제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정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최근 몇 년간 강조해온 키워드는 ‘연결’과 ‘상생’이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이 같은 가치관의 연장선이다. 2012년 노바셀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400억~500억 원 수준이다. 이 중 뷰노(338220)·지놈앤컴퍼니(314130)는 상장 전 투자해 코스닥 시장 입성까지 마쳤다. 2018년 투자한 디앤디파마텍도 5월 기술특례 상장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자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동구바이오제약의 투자는 단비가 되고 있다. 조 대표는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아 어려운 곳이 많은데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한 업체는 임상시험에 강점이 있고 다른 회사는 위탁개발생산(CDMO)을 잘 한다면 두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연결 고리 역할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투자한 기업들 가운데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는 메디컬푸드와 신약 개발이다. 메디컬푸드는 음식과 의약품의 중간 영역으로 치료 효과가 있거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이 8월 12억 원을 전략적 투자한 피코엔텍은 알데히드 분해 효소를 생산하는 균주를 활용해 치매·파킨슨병 등 신경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메디컬푸드를 개발 중이다. 2025년 미국에서 수전증과 파킨슨병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도 가지고 있다. 4월 경영 목적으로 투자한 큐리언트는 결핵 치료제 ‘Q203’, 면역항암제 ‘Q702’와 항암제 ‘Q901’,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Q301’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큐리언트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Q301의 미국 2b상을 완료했다. 항암제 Q9의 임상 1상도 마무리 단계다.

조 대표는 “큐리언트는 조 단위 기술 수출을 할 역량이 충분한 회사라고 판단한다”며 “메디컬푸드도 잠재력이 많은 영역이어서 동구바이오제약의 마케팅 경험과 합쳐진다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진단 기술 등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추가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다”며 “투자와 M&A를 통해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뿐만 아니라 문정바이오 CEO 포럼 회장, 한국제약협동조합장, 공동 물류센터인 피코이노베이션의 초대 대표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상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피코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의약품 공동 물류를 위해 26개 제약사가 참여한 물류센터다. 창고 보관비 절감, 획기적인 물류 처리 속도, 고객 만족도 향상을 통해 의약품 물류 서비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물류센터 이외에도 온라인 의약품 쇼핑몰인 피코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의약품 유통계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조 대표의 이 같은 경영 활동은 ‘사람’에 닿아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54년의 업력을 가졌지만 ‘청년 동구’라고 불릴 만큼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자랑한다. 조 대표는 ‘해피투게더’라는 시간을 통해 임직원들과 산책을 하며 자유롭게 소통해 왔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전략과 기술이 있더라도 실행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대에서 시작한 소통 중심의 경영 방식을 이어받아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59세인 조 대표는 정년까지 동구바이오제약을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선 2~3년 이내 매출 5000억 원의 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피부·비뇨기계 의약품 사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그는 “기존 의약품들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CDMO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큐리언트의 항암 신약 후보 물질 Q901의 기술 수출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6년 서울 △고대 경영학과 △고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5년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이사 △2013년 한국제약협동조합이사장 △2017년 제약바이오협회 이사 △2023년 문정바이오 CEO 포럼 회장 △2024년 코스닥협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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