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 같이 논의하자”…광폭 행보 이창용에 與 의구심

2025-01-2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광폭 행보를 보는 여권의 심사가 복잡하다. 2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8명은 한국은행에서 이 총재와 가진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이 총재의 정치 참여 의사를 노골적으로 캐물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이 총재에게 “자꾸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치 할 생각이 있어서 그러시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전 정치에 관심 없다. 이건 경제적 발언”이라고 단칼에 잘랐다. 이 총재는 앞서 경기 부양을 위해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이 총재가 ‘언론에 말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오랜 생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이 총재는 사회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개진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등 임금 지급 문제를 거론하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쓰려는 개인들이 조합을 만드는 등의 형태로 최저임금보다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봤다. 법에 저촉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지난해 3월 한은이 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담겨 논쟁을 일으켰던 정책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에는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 이와 관련한 헌법 문제를 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이 총재가 평소에 이 문제에 굉장히 몰두해 있다고 하더라. 이 총재가 ‘더 구체적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보자’고 해서 당에서도 함께 검토를 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계엄 사태 이후 해외에서 한국 경제를 많이 염려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한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한 참석자는 “이 총재가 자신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접한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염려를 자세히 전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총재가 주로 말하고 의원들이 경청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부쩍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 의견 개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가계 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 원인을 강남의 사교육 과열로 꼽으며 강남 출신 학생들에 대해 대학 입학 정원에 상한선을 두자고 주장했다. 앞서 6월에는 사과값 등 농산물 가격 폭등에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한은은) 농업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란 반박을 듣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고민 할 때도 신용 등급 하락 우려를 들며 임명을 조언한 게 이 총재였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은 총재가 추경을 하라고 하고 사회 현안을 세게 언급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은 “여야 전부에서 ‘정치 할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정부의 황교안 전 총리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처럼 관료 출신들이 위기 때마다 반짝 주목 받았으나 어떻게 됐느냐”며 “정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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