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때 나는 사랑에 빠졌다. 학교 가는 게 설렜고 내 눈엔 그 애만 보였다. 수업이 끝나면 한 시간 동안 걸어서 그 애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집에 오면 어두워질 때도 있어서 늦게 다닌다고 혼났지만, 그 애와 함께하는 시간은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애를 좋아하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거였다. 깔끔한 외모에 중성적인 그 애의 걸크러쉬 매력에 매료된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내 곁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아이를 보며 한동안 심한 속앓이를 했다.
『베프 떼어내기 프로젝트』의 재현이도 그렇다. 하늘이 껌딱지인 재현이는 하늘이와 놀고 싶다. 그런데 하늘이는 온갖 핑계를 대며 재현이를 밀어낸다.
친구와의 갈등은 아이들에게 심각한 일이다. 문제가 크고 작고를 떠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자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
재현이가 속상해하는 걸 본 지원이가 최악의 친구 하늘이 떼어내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세 번의 작전은 모두 실패였지만 재현이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하늘이와의 관계도 회복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친구에게 매료되기도 하고 선을 넘고 무례하게 구는 친구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 나와 맞는 친구를 찾는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발견한다.
좋은 친구는 봄날 햇볕처럼 따뜻하다.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다. 하지만 그런 친구를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 그걸 뭘 굳이 말하냐? 친구끼리.”
하늘이가 멋쩍어했어.
“친구라고 해도 말은 해야지. 그래야 알지.”
“맞다. 친할수록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필요해.”
하늘이와 재현이가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나누는 대화이다. 우리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다 알 것으로 생각해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친구를 오해하고 서운해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해결될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좋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 재현이는 베프였던 하늘이를 떼어내려는 엉뚱한 방법을 썼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하늘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어떻게 베프가 되었는지 깨달았다.
좋은 친구를 갖고 싶고 친구와의 갈등에 힘들어하는 어린이에게 『베프 떼어내기 프로젝트』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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