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테니스에서 랠리가 20~30회를 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장면이 아니다. 한때 테니스는 한 방의 위력, 즉 강한 서브와 공격적인 샷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투어 흐름은 완벽히 달라졌다. 한 점의 포인트를 따는 데 필요한 샷의 수가 20~30개로 늘어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테니스는 과거보다 훨씬 ‘지구력이 지배하는 경기’가 되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코트 속도의 감소
코트 환경도 랠리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ITF Technical Centre에 따르면 2010~2020년 세계 하드코트의 평균 코트 속도 지수(Court Pace Rating, CPR)가 약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투어 대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드코트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랠리 횟수가 증가했다.
ITF Match Charting Project에 의하면 2010년 평균 랠리 횟수가 3.5회였지만 2024년에는 4.4회로 증가했고 클레이코트에서 역시 2010년 대비 약 20~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TP 500시리즈와 1000시리즈에서의 20회 이상 롱랠리 비율 역시 2012년 대비 약 31% 상승하였다.
심지어 코트 표면 중 가장 빠른 잔디코트에서도 롱랠리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테니스협회에 따르면 윔블던은 잔디 품종을 변경하고 공의 압력을 조정한 이후 2001년 남자단식 평균 랠리 횟수가 1.9회이었던 반면 2023년에는 약 84% 증가한 3.5회로 늘었다.
이러한 코트의 변화 역시 빠르게 끝나는 포인트보다 지속적 랠리를 유도해 경기 시간을 길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장비 기술의 발전
지난 20년간 라켓과 스트링 기술은 급격히 발전했다. 특히, 폴리에스터 스트링의 진화는 스핀과 컨트롤 능력을 극대화하며 ‘죽지 않는 볼’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이후 폴리에스터 스트링 점유율이 80% 이상 증가하면서 스핀양도 최대 20~30% 증가하였다.
공에 스핀양이 증가하면 공의 낙하각과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안정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공격 시 실수가 줄어들고 랠리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는 아웃이던 볼이 베이스라인 안에 떨어지고 리턴하기 힘들던 강한 공도 스핀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이다.
첨단 소재의 라켓 등장 역시 롱랠리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라켓의 프레임 강성 증가와 경량화는 수비 시 적은 힘으로 ‘더 깊은 볼’을 보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훨씬 빠른 스윙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끝났을 포인트가 끝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안정성 중심 전략’의 현대 테니스
현대 테니스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능력은 위험을 줄이는 안정성이다. 실제 톱30 선수들의 언포스드 에러 비율은 지난 10년간 15~18% 감소했다. 대신, 0~4구에 내에 끝나는 포인트 비율은 2015년 68%에서 2023년 61%로 감소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같은 공격형 선수조차도 20구 이상 랠리를 버티는 안정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안정성이 강화되면서 ‘버티기’의 중요성이 커졌고 공격 포인트는 오히려 줄었다.
과거에 먼저 공격하는 자가 유리했다면 현대 테니스에서는 먼저 공격했다고 절대 유리하지 않다. 즉, 실수하지 않는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다. ‘클레이 황제’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현대 테니스는 더 빠르지만 빨리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정성 중심의 전략은 주니어 육성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결국 현대 테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내, 지구력 그리고 안정성이 필수 조건이 되었다.
이처럼 롱랠리가 증가하면서 경기 시간도 늘었다. 지난 2010년 ATP 경기 평균 소요 시간은 1시간 48분이었지만 2023년에는 2시간 5분으로 증가했다. 현대 테니스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오래 지속되면서 그 결과 부상 등 선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크게 늘었다. 최근 ATP 선수들이 1000시리즈 기간 확대에 반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랠리가 길어지는 현대 테니스는 더 이상 ‘힘의 스포츠’가 아닌 ‘총체적 체력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드, 지구력, 정신력, 회복력 등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초인적인 경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테니스에서의 승부는 ‘공격 기술’보다 ‘버티는 능력’에서 갈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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