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독립' 힘주고 '반일' 거리두기…李, 투트랙 대일 외교

2025-08-17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對日) 외교 전략이 오는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광복’과 ‘독립’ 같은 과거사는 담담하게 거론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포함한 ‘반일(反日) 정서’는 뒤로 물린 것이다.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법’이 대일 외교의 새 기조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17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 끝나지 않은 전쟁’을 시민들과 함께 관람했다. 광복회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이다. 이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의 토대가 어떤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는지 깨닫고,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화에서 수차례 언급된 ‘국군 정통성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은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도 없었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과 달리 반일 정서와 거리를 두고 있다. 광복절에도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이 대통령은 외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한·일 외교 노선은 ‘마당 공유 이웃론(論)’으로 요약된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광복절 경축사)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은)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같은 메시지가 일관되게 나오니 일본에서도 이 대통령을 안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한·일이 과거사 문제에 걸려 실용적인 협력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현 정부는 처음부터 ‘역사는 직시하면서 미래 협력은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기조”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 주변에선 이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굳어졌다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통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사례를 많이 참조했고, 그 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끼게 된 듯하다”고 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회담 때도 국제통상환경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민주당 정부 임기 내 한·일 관계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인식도 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로 거론된다. 여건만 맞으면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처럼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성과를 이뤄내자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고민해 봄 직하지만, 23일 정상회담 의제는 아닐 것”이라며 “일정 관계상 실무형 회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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