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로 전세 역전? 인텔 주가 사흘간 17% 뛰었다

2025-02-13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자국 내 칩 제조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치면서 휘청이던 인텔이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다. 대만 TSMC 역시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는 등 미국 새 행정부에 대한 대응에 나서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향후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12일(현지시간) 인텔은 7.20% 급등한 22.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경영악화 등으로 인해 주가가 14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던 인텔이지만, 전날 6.07% 오른 데 이어 최근 3거래일간 총 17.7% 이상 급등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인텔 주가에 힘을 실은 건 J.D.밴스 미국 부통령의 강력한 한마디였다. 밴스 부통령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을 미국에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AI 시스템은 미국이 설계하고 제조한 반도체로 만들겠다”라며 “미국 반도체 기술이 도용 또는 오용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반도체 제조국을 향해 “반도체산업을 다 빼앗아 갔다”라고 말해왔는데, ‘메이드 인 USA’ 칩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엔 호재다. 지난해 인텔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세계 곳곳에 공장을 착공했지만, 후발주자로서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판단 착오로 AI 붐의 수혜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사임했다. 현재까지 리더십 공백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춘 유일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인텔의 미래를 다시 밝게 보고 있다. 현재의 경영난에도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와 자국 내 칩 제조를 늘리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인텔이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생산설비 건설 비용 80억 달러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TSMC도 미국 눈치, 한국은?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미국 눈치를 보며 새 행정부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0~11일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서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반도체 정책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했다. 이곳에서 미국 내 투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첨단 공정 구축 및 업그레이드 등에 쓰일 수 있는 총 171억4140만달러(24조8516억)에 해당하는 자본 지출안과 자회사인 TSMC글로벌에 100억달러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안을 승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는 애리조나 공장의 첨단 기술 도입 일정을 앞당길 수 있으며 타협안으로 추가 투자를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적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고객사는 미국에 포진해 있는데 경쟁사들이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라며 “하지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는 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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