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프라 투자 확대, 건설·전력기기 업계 기회 될까

2025-02-13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이 현실화하면서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하는 가운데, 사업 기회가 오히려 확대될 것을 기대하는 분야가 있다.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전력기기 분야가 대표적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노후한 인프라 시설에 투자를 늘리겠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 투자기금을 설립해 고속도로·공항 등 인프라 사업이나 의료 연구 등 ‘위대한 국가적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국부펀드가 생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이 기금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 장비 업계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도 호재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인프라 투자가 실현되면 건설 장비 수요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두산밥캣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보호무역 기조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북미 매출 비중과 생산 비중은 각각 74%, 67%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도 올해 북미·유럽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5%, 14%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는 건설 장비 수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장비 업계가 기대감을 갖는 건 트럼프의 관세 타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0년대 이후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국내 건설 장비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만큼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건설장비 전문지 KHL이 발표한 글로벌 건설장비 기업 순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매출 점유율 3.1%를 차지해 10위에 올랐고, HD현대인프라코어(1.5%)와 HD현대건설기계(1.2%)는 각각 20위, 21위에 올랐다. 1~3위엔 미국 캐터필러(16.8%), 일본 고마쓰(10.4%), 미국 존디어(6.1%)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한 건설 장비 업계 관계자는 “건설장비 산업은 미국의 영향력이 커 미 정부가 무역 보복을 노리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기업의 건설 투자 확대를 기회 삼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도 미국 내 전력 인프라 교체 흐름을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에너지부(DOE)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변압기의 약 70%가 설치된 지 25년이 지나 노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DEO는 지난달 16일 8개 전력회사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229억2000만 달러(약 33조2480억원)의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정보 기술 발달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1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5000억 달러(약 725조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젼력기기에 대해 미국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긴 하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2년 한국산 수입 변압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며 14.9%~2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1차례의 연례 재심을 거치면서 관세율은 조정됐지만, 여전히 최고 10.6%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에 185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30%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 공장과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한 효성중공업은 올해도 현지 공장 추가 증설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까 봐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자동차·반도체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부터 인프라 투자를 강조해왔지만,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넘어서 우리 기업까지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트럼프는 무역·재정 적자 해소, 자국 산업 보호와 같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마약 문제 등 비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관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분야에, 어떤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서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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