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다음엔 환율 겨냥…외환시장 급변 대비해야

2025-03-30

관세 전쟁 후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주요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 이후 트럼프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은 ‘안보는 회비를 내고, 무역도 관세를 내야한다’는 데 있다. 미국의 대내외 부채가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36조2186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1.9%에 이르렀다. 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20년 125.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낮아졌지만, 여전히 1946년(11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다가 2024년 GDP 대비 대외 순부채(대외 자산-대외 부채)도 89.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대중국 고관세 정책

무역적자 못 줄이고 물가만 높여

관세 전쟁으로 경기 침체 빠지면

교역상대국 환율 조정 요구 예상

트럼프 Fed에 금리인하 압박할듯

달러 약세시 미 증시 상대적 부진

트럼프 1기(2017~21년)의 관세는 중국에 집중됐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너무 빨리 커졌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중국의 세계 GDP 비중은 3.9%였으나 2016년에는 14.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31.2%에서 24.6%로 줄었다. 2001~16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3조9202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다.

상호 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 가속화

미국은 중국이 더 커지는 것을 막고 대중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인상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1월 3.1%였던 대중 관세율은 2018년 9월에는 12.0%, 2019년에는 21.0%로 상승했다. 중국을 제외한 여타국의 관세율이 같은 기간 2.9%에서 3.0%로 소폭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1기의 관세 정책은 중국에 한정됐다.

중국도 대미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과 위안화 가치 절하로 대응했다. 2018년 1월에 대미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율이 8.0%였으나 2019년 9월에는 21.8%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여기다가 중국은 2018년 1월에서 2020년 1월 사이 위안화 가치를 13.7% 절하시켰다.

그 결과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2017~21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연평균 3597억 달러로 그 이전 5년(3379억 달러)보다 218억 달러 늘었다. 중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4.7%에서 2021년에는 18.2%로 증가했다. 관세가 미국 정부의 부채를 줄이지도 못했다. 2017년 GDP 대비 103.0%였던 정부 부채는 2021년에 119.9%로 증가했다. 물론 2020년 코로나19로 정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순대외부채도 39.9%에서 79.5%로 급증했다.

2017~21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4%로 이전 5년(2012~16년)의 2.3%보다 약간 높아졌다. 반면 트럼프 1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3%로 이전 5년 평균(1.3%)보다 거의 2배 정도로 높아졌다. 대중 관세 인상이 무역 적자와 정부 부채는 줄이지 못하고 물가 상승률만 높인 셈이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지냈던 헨리 키신저는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 1기에 미국은 적인 중국에 주로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친구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1기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체결됐다. 이 협정으로 북미 3국은 상품·서비스·투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면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2기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나중에 적용 유보)하기로 했다.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수입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4월 2일 상호 관세 조치까지 확대하며 무역 전쟁을 가속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1990~2024년 연평균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3.4%였다. 최근 3년 동안 3.7%로 더 늘었다. 미국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은 데 있다. 실제로 2000~24년 미국의 연평균 총저축률은 18.0%로 국내 투자율 21.4%보다 낮았다. 여기다가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2000~24년 연평균 4.6%)도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미국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정부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

관세 부과로 소비 심리 크게 위축돼

가계 저축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90~2021년 가계 저축률이 연평균 6.3%였으나 2020년에는 3.0%까지 떨어졌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4.7%와 4.5%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최근 3년 동안은 6.1%로 대폭 증가했다. 관세만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정부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은 의미가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디톡스’라는 표현을 쓰며 과거 정권의 과도한 재정 지출로 경제와 시장이 중독됐으니 그 독을 중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정부 지출이 감소하며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

여기다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높아지며 실제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개인소비지출이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소비 지출에서 69%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지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고용 증가세 둔화와 더불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빠질 위험도

문제는 GDP를 구성하는 소비와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전망 중간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는 불확실성 증가로 지난해 12월 3.3%로 전망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췄다. 특히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8%,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6%로 상당 폭 올렸다.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전망이다. 이를 반영해 올해 들어 미국의 시장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주가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소비와 정부 지출 감소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약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이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고용이 줄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 탓을 상대국에 돌리며 환율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 보고서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그는 “달러화 과대평가로 미 제조업과 노동자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본다”며 “궁극적으로 무역 상대국과 새 통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한 적이 있었다. 달러 인덱스가 1985년 2월에서 1987년 12월까지 46.8%나 하락했고, 하락 추세가 1992년 8월까지 이어지며 50.8%나 떨어졌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1986년 GDP 대비 3.2%였던 경상수지 적자는 1996년까지는 1% 안팎으로 낮아졌다.

다음 달 2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이후 관세 공세는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환율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로 중국, 멕시코, 베트남, 일본, 한국 등을 지정하면서 “그들 통화는 너무 싸다”고 비난하고 이들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플라자 합의가 다자간 협력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미국의 일방적 압력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가 급등할 수도 있다.

달러 절하 가능성…환리스크 대비해야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성장률이 둔화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을 공격하며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고 미국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증산을 통해 공급 측면에서 물가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하면서 Fed에 금리 인하를 재촉할 전망이다.

관세로 미국의 대외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기에 미국은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 재무장관을 그의 별장이 있는 마러라고에 초대해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달러 인덱스 하락 유도 가능성은 매우 높다.

4월 이후 외환 시장이 급격하게 변동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서 더 빠르게 오르는 데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다가오는 환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때는 미국 주가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가가 더 올랐다. 미국 주식에 투자 비중이 큰 개인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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