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장성규가 고(故)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관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가족에 대한 악플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중 한 명이 오요안나와 장성규를 이간질했다는 취지로 말한 MBC 관계자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장성규가 오요안나에게 험담을 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방관했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고 있다.
장성규는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12월 뒤늦게 알게 된 고인의 소식에 그동안 마음으로밖에 추모하지 못해 미안하다. 늦었지만 고인의 억울함이 풀려 그곳에선 평안하기를, 그리고 유족에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처음 제 이름이 언급됐을 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서 속상했지만, 고인과 유족의 아픔에 비하면 먼지만도 못한 고통이라 판단해 바로잡지 않고 침묵했다”며 “그 침묵을 제 스스로 인정한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인 네티즌들이 늘었고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기야 가족에 관한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고 보호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댓글 달 수 있는 권한을 팔로워들로 한정했다”며 “이것 또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판단한 누리꾼들은 수위를 더 높였다”고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고인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에 저의 작은 억울함을 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모든 것이 풀릴 때까지 가족에 대한 악플은 자제해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날 장성규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겨냥한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여기에는 “너희 애들도 오요안나 따라가길 빈다”, “살인마 악마의 아들 2마리는 평생의 피의 저주에 걸려 그 자손들까지 영영 고통받다 살아갈 것이다” 등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 적혀있다. 심지어 미성년자 아들 이름까지 언급한 악플도 있어 충격을 안겼다.
한편, 1996년생인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소식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사망 당시에는 구체적 배경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뒤늦게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자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 측은 지난달 고인의 직장 동료 2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망 약 4개월 만인 지난 3일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채양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가 위원장을 맡은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경찰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확인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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