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을 시작할 때쯤이면 조금 더 예뻐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V리그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여자배구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34)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며 팀에 합류해 2주째 훈련 중인 실바는 26일 경기도 GS칼텍스 청평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GS칼텍스 배구단 미디어데이를 통해 모처럼 배구팬들에게 인사했다.
실바는 여자배구 최고의 공격수다. 2023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6순위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실바는 32경기에 출전해 득점 1위(1008득점), 공격 종합 3위(45.77%), 서브 1위(0.484) 등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뽐냈다.
두 시즌 연속으로 1000득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V리그 출범 후 여자배구에서는 마델레인 몬타뇨 카이세도, 조이스 고메스 다 시우바,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만 시즌 1000득점을 달성했는데, 실바는 이 기록을 두 시즌 연속으로 채웠다. 남자배구에서도 현재 현대캐피탈에서 뛰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노우모리 케이타만 달성한 기록이다. 실바는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4경기나 뛰지 못하고도 1000득점을 채웠다. 그리고 실바는 시즌 세 차례 한 경기에서 50점 이상을 뽑았다. 지난 시즌 여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실바의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6위로 마감한 GS칼텍스의 오프시즌 핵심 우선과제도 실바를 잔류시키는 것이었다. 실바는 시즌 뒤 출국에 앞서 GS칼텍스와 잔류 계약을 해 GS칼텍스를 안도케 했다. 실바는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GS칼텍스가 일단 집처럼 느껴진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재계약을 했고, 다른 팀을 고려할 이유는 없았다. 다시 돌아와 굉장히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이 팀에서 팬들의 사랑도 많이 느꼈다. 우리 가족 특히 딸 시아나를 이뻐해주고 사랑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팀 잔류에도 큰 영향을 줬다. 필리핀에서 뛸 때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국팬들의 사랑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바는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는 말에 “땡큐”라고 활약 웃으며 “지금 감량 중이고, 조금 더 감량이 필요하다. 공식적으로 시즌을 시작할 때쯤이면 조금 더 예뻐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GS칼텍스는 일단 실바를 잔류시켜 전력의 핵심을 지켰다. 1991년생인 실바가 건강하게 코트에 서게 만드는 것 역시 재도약에 필요한 중요한 열쇠다. 이영택 감독은 “실바가 지난 시즌 두 번의 부상이 있었다. 기술적이나 멘털이 갖춰진 선수라 천천히 완벽하게 몸을 만들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바도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이다. 이제 조금 더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더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하위권 탈출을 위해서는 실바의 공격 의존도를 줄여가는 것도 숙제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더딘 세대교체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줄부상 속 14연패를 당하는 등 최하위로 추락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시즌 막판 2·3월 8승4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순위를 7위에서 6위로 끌어올려 마무리하는 수확도 있었다. 유서연은 “지난 시즌에 선수들이 실바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했을 정도로 실바의 비중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번 비시즌에 세터들과 콤비플레이 보여주려고 연습 중”이라고 했다.
실바가 세 시즌 연속 1000득점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이 감독은 “실바의 1000득점을 ‘몰빵배구’라며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실바도 지난 시즌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욕심을 많이 냈다. 실바가 새 시즌에도 1000득점을 올리고, 반대쪽에서도 득점력을 올린다면 더 많이 이길 수 있지 않겠나”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에 실바는 “다시 그 기록을 세운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