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투파, '징역형 집유' 대표에 또 수백억 투자... 그 회사는 파산 직전

2024-10-30

한국투자파트너스 '부실 검증' 논란 거세

2021년 만나코퍼레이션에 수백억대 투자

회사 A대표, 동종업계 범죄로 징역형 확정

집행유예 기간 중 투자... VC업계 "이례적"

자본잠식·횡령·세금체납에 고소·고발까지

한투파 '투자 검증 시스템' 구멍... 도마 위

"범죄 이력 알았지만, 리스크 제한적 판단"

국내 1위 벤처캐피탈(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이후 한투파)가 음식 배달 온라인 플랫폼 전문기업 만나코퍼레이션에 투자한 수백억원대 투자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기사(라이더) 수수료 횡령 의혹에 휩싸인 만나코퍼레이션이 자금난으로 파산 직전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의 창업주 A대표가 한투파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배달사업 관련 범죄로 징역 1년형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한투파가 스스로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검증 시스템이 부실할 때 빚어질 수 있는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24일 VC와 배달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투파는 2021년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원금은 최대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2021년 12월 한투파를 포함한 세 곳의 투자기관은 만나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814억원 규모의 '시리즈B'(사업 개발을 본격화하는 단계) 투자를 진행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세 기관 중 한투파의 투자 비중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당시 투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만나코퍼레이션 A 대표는 투자가 결정되기 한 해 전인 2020년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던 다른 배달회사의 영업비밀을 경쟁사에 넘긴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종료 시점이 2022년이고, 투자가 2021년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투파가 동종업계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A대표의 과거 이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투자를 단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VC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 심사 주요 기준인 '경영진의 도덕성' 검증을, 조 대표가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VC업계 주요 기업 B에 오래 종사한 임원급 심사역 C는 "20년 넘게 많은 투자 사례를 봐 왔지만 유사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 정도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고 용기있게 투자할 심사역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D회사에서 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맡고 있는 E도 "투자를 앞두고 있으면 법률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는 것이 스타트업 업계 일반적 정서"라면서 "교통법규 위반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범죄가 아닌데도 투자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나코퍼레이션 내부 상황에 정통한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가 파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자산(약 566억원)보다 부채(약 614억원)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탓에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도 마땅치 않다. 회사 안팎으로 법률 리스크가 촘촘하게 엮이면서 돌파구 찾기는 더 힘들 전망이다.

위험 신호는 작년 초부터 감지됐다. 배달업계는 물론 복수의 언론에서 만나플러스의 적립금 유용, 세금 체납 의혹 등을 수차례 제기했다. 한투파가 투자자이자 주주로서 감시·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주요 법률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A대표를 둘러싼 불법·부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세금과 고용·산재보험료 체납 등 지금까지 드러난 흠결만해도 여럿이다. 최근에는 라이더 배달료 횡령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음식점 등의 가맹점주와 라이더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만나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만나플러스는 가맹점주들이 배달료를 선불로 내면, 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상계좌에 쌓아둔다. 이후 배달이 이뤄질 때마다 해당 가상계좌에서 배달비를 출금해 라이더들에게 자동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적립금 출금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두 달 뒤인 7월 초부터 현재까지 출금 자체가 아예 중단됐다. 가맹점주들에 대한 적립금 반환도, 라이더에 대한 수수료 지급도 모두 정지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가맹점주와 라이더들이 입은 피해액은 최소 18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가 월 기준 배달 주문 100만건을 처리한다고 하면, 적립금이 12억원 정도 쌓인다”며 “만나코퍼레이션이 월평균 1600만건 이상 주문을 처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립금이 많게는 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라이더들이 낸 고용·산재보험료마저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5~9월 다섯달 동안 만나코퍼레이션이 체납한 고용·산재보험료는 21억3000만원에 달했다. 라이더들로부터 배달비를 정산·지급할 때 위 보험료를 사전 공제해놓고도, 근로복지공단에 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회사 측이 1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세도 체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나플러스 피해자들로 구성된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달 23일 사기와 배임, 횡령 등 혐의로 A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배달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A대표가 만나코퍼레이션을 파산시키고 다른 법인을 세울 가능성이 농후해, 고소·고발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이어 "배달비 미정산 금액에 세금 체납에 따른 피해액 등을 모두 합치면 최대 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확인된 사정만으로도 A대표의 부실 경영 실태는 충분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한투파의 투자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투파는 운용자산(AUM) 기준 VC업계 1위다. 정부 예산으로 조성되는 모태펀드의 위탁운용사(GP)로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올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출자하는 문화계정 출자 사업 GP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투파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중 한 곳이다. 주주 구성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투파 관계자는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 배경과 과정, 사전·사후 검증 여부 등을 묻는 <시장경제>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제3의 법률 실사 기관 의견에 따라, 검토 당시 (만나코퍼레이션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이 관계자는 A대표의 범죄 이력 사전 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알고 있었지만 외부 기관의 자문을 거쳐 투자를 결정했다"며 "그밖의 사항은 비밀보장 계약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 즉 회사의 성장성과 경영진의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VC의 존재 이유이자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투자 부적격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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