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전 고위간부에게서 ‘김건희 선물’ 받은 의혹
검찰, 행정관 신모씨 통한 인사·정책 관여 여부 조사

2018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64)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로 향하고 있다. 전씨의 처남이 대통령실 인사 청탁에 관여하고 전씨가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용으로 목걸이와 명품 가방 등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윤 전 대통령·김 여사 모두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 중심에 놓였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최근 전씨 부부와 딸, 처남 김모씨까지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 일가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일한 신모씨 등을 통해 정부 인사나 정책 결정 등에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전씨의 딸이 전씨에게 보낸 ‘아빠 대통령실 문체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실로 공문을 보냈다. 어제 통화한 행정관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전씨는 ‘신 행정관은 찰리(처남 김씨) 몫으로 들어가 찰리가 관리하는데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신 전 행정관과 전씨, 전씨의 딸, 처남 김씨 등은 과거 윤석열 대선 캠프에 속한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본부는 무속인인 전씨가 고문으로 일하면서 조직을 지휘한다는 의혹이 나온 뒤 해체됐다. 윤석열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네트워크 본부는 실세라는 평가도 있었다”며 “해체한다고 발표를 했는데도 한동안 버젓이 운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속인들, 종교계 인사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다”고 말했다.
신 전 행정관은 윤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행정실 전문위원을 거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신 전 행정관은 올해 인사에서 승진할 것이란 소문이 나기도 했으나 현재 퇴직했다. 구여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일부 승진자 중에 신 전 행정관이 포함돼 있었는데, 내부 불만이 있었는지 (언론에 해당 내용이) 유출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씨가 2022년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용 목걸이, 명품 가방 등을 전달받은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이 중 목걸이는 “잃어버렸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기도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뒤 윤 전 대통령 부부나 여권 고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했다고도 의심한다. 실제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5월 통일교 성회에서 “(2022년) 3월22일에 (당시 당선인이던 윤 전) 대통령을 뵀다. 1시간 독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엔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큰 그림 만들자’는 문자를 보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통일교 계열 선문대학교를 압수수색하고 윤 전 본부장을 피의자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목걸이와 가방 등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수사의 범위는 김 여사까지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