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 ‘스파오’
실용적 디테일 갖춘 슬림한 디자인
원가 혁신으로 합리적 가격대 매력
후드 재킷·하이넥 패쪼 등 선보여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SPAO)가 겨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스파오는 올가을·겨울(2025 FW) 시즌 경량 패딩 물량을 전년보다 50% 늘리고, 새 컬렉션 ‘씬라이트(Thin Light)’를 선보였다.
후드 재킷, 2-WAY 재킷, 하이넥 패쪼(패딩조끼) 등으로 구성된 씬라이트 시리즈는 도시형 아웃도어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밑단 스트링과 하이넥 후드 등 실용적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으로 레이어드가 쉽다. 환절기부터 한겨울까지 입기 좋은 것이 장점이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랜드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자체 생산 시스템이 있다. 2009년 론칭 이후 16년간 축적된 디자인·소재 연구 역량이 스파오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랜드가 보유한 패션연구소는 28만여 점의 의류 샘플과 1만7000권의 서적을 보유한 업계 최대 규모의 자료 아카이브다. 스파오 디자이너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수백 개의 유사 아이템을 비교 분석하며 트렌드를 도출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SNS나 경쟁사 제품만으로는 트렌드의 본질을 읽기 어렵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실물 샘플을 비교하면 맥을 정확히 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력은 ‘스피드 오피스’로 불리는 생산 시스템이다. 2022년 서울 답십리에 설립된 스피드 오피스는 50~200장의 상품을 2일 만에 제작해 시장 반응을 검증하고, 해외 생산기지에서 5일 만에 대량 생산을 마친다. 과거 6개월 걸리던 생산 주기를 단기간에 줄여 재고 부담을 최소화했다.
빅데이터 분석도 상품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랜드 빅데이터팀은 연간 80만 건의 온라인 리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고객이 선호하는 소재·착용감·색상을 도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윈드브레이커’ ‘남성 모달 드로즈’ 등 히트 상품이 탄생했다.
스파오는 상품별로 디자이너·생산·기획 담당자가 팀을 꾸려 해외 현지 파트너사를 직접 방문하는 ‘원팀’ 체제를 운영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 원단을 대물량으로 계약해 원가를 낮췄다. ‘소프트얀’ 니트, ‘데일리지’ 데님, ‘프렌치테리’ 셋업 등 베이직 라인을 중심으로 소재 통합을 추진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지난여름 5만원 이하 가격대의 ‘쿨 트리코트 셋업’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25 FW 시즌에는 씬라이트 경량 패딩을 비롯해 치노팬츠, 플리스, 프렌치테리 셋업 등 에이지리스(Ageless) 베이직 라인을 확대한다.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브랜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구상이다.

스파오는 캐릭터·IP 협업을 통한 ‘팬덤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해리포터, 피크민 등 인기 IP와의 협업 파자마가 매년 흥행하며, 판매량은 2019년 10만 장에서 지난해 140만 장으로 5년 새 14배 증가했다. 올해 3월 피크민 협업 상품은 출시 당일 오프라인 매장 오픈런과 온라인 완판을 동시에 기록했다. 스파오 내부 전담 조직 ‘콜라보셀’은 매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선호 IP를 발굴한다.
최근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여 스포츠 분야로 협업을 확장했다. 출시 당일 강남점에서만 1000건 이상의 구매가 이뤄졌으며, 가족 단위 고객 방문이 크게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도 리뉴얼을 통해 ‘패밀리 SPA’ 콘셉트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시작으로 수원·대구·부산 등 주요 거점 매장을 대형화하고, 상품을 베이직 중심으로 재편했다. 스타필드 수원점(350평 규모)은 전 세대가 함께 쇼핑할 수 있는 ‘패밀리 플래그십’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점에서는 하남시 캐릭터 ‘하남이&방울이’와 협업한 티셔츠가 3일 만에 완판됐다. 스파오는 판매 수익금으로 웜테크 500장을 기부하는 등 지역 사회와의 상생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플랫폼별 타깃 전략이 명확하다. 무신사에선 1020 남성, 지그재그에선 1020 여성, 네이버에서는 3050 남녀 고객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운영한다. 네이버에서는 ‘남성 모달 드로즈 2팩’이 론칭 2시간 만에 1만 장 판매됐고, 지그재그에선 MZ세대 여성 MD가 직접 촬영한 화보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는 R&D, 원가 혁신,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경기 침체기에도 소비자가 합리적 가격에 좋은 옷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키즈부터 시니어까지 전 연령을 아우르는 K-SPA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