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초격차를 구축하기 위해 ‘진짜 퀀텀닷(QD)’이라고 불리는 ‘자발광 퀀텀닷(EL-QD·Electroluminescence Quantum Dot)’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인 프리미엄 패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가진 EL-QD 개발에 삼성은 계열사 역량을 집중해 수년 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만큼 EL-QD 개발은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EL-QD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L-QD는 진정한 QD로 불린다. QD란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입자로 크기 등 특성에 따라 발광 색상이 정해진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난도로 필름에만 QD를 적용하고 광원은 LED·OLED 등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통용됐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QD로 평가절하된 측면도 있었다.
삼성 계열사들이 공동 개발 중인 EL-QD 기술은 QD 자체가 전기신호에 직접 반응해 빛을 방출한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삼은 OLED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 프리미엄 패널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현재 상용화한 패널 기술 중 OLED는 입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에 검정 표현에 강점이 있는 등 명암비 표현, 색 재현에 유리하고 유기 소재를 써 가볍다. EL-QD는 OLED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OLED 대비 색 재현율, 전력 효율, 수명 등에서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이 이 기술이 안정화할 경우 OLED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수년 내 EL-QD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기술적 난관은 있지만 삼성은 현재 전기가 받은 QD 입자가 높은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전기적 특성을 개선하는 한편 동일한 전기에서 발광 효율을 높이는 부분 등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 속에 고지 선점이 중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한국이 확고한 우위를 가진 OLED와 달리 EL-QD의 경우 BOE·CSOT 등 중국 기업들의 역량이 만만찮아 한중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삼성전자가 19년 연속 1위를 지켜온 TV 시장의 주도권이 최근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기술은 현행 경쟁 우위를 향후 10~20년 연장해줄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OLED 이후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 EL-QD를 공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논문 수, 연구 성과 등을 보면 LG디스플레이보다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이 회장이 임원 세미나에서 뼈를 깎는 기술 혁신을 주문해 디스플레이 분야 차세대 기술인 EL-QD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교육 세미나에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질책한 바 있다. 그는 임원들을 향해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촉구했다.